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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풀어본 무예]무예의 다양성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다르다. 얼굴 모양이나 키와 같이 외형적인 것뿐만 아니라 성격이나 능력과 같은 내적인 모습도 저마다 다르다. 그 다름을 우리는 ‘차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속한 사회는 그 ‘차이’를 인정하고 상호간의 배려를 통해 안정화를 찾는다. 마치 다양한 형태의 퍼즐조각을 맞춰 하나의 큰 그림을 그려가듯 작은 한 조각이라도 제 쓰임이 맞는 곳에 배치되면 의미성을 찾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억지로 동일한 모양으로 재단하여 끼워 맞춘다면 그 조립과정은 쉽겠지만, 다양성이나 창조성은 모두 사라지고 만다.

조선의 22대 국왕인 정조(正祖)는 그의 문집에 사람들의 다양성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모양이 얼굴빛과 다르고 눈이 마음과 다른 자가 있는가 하면 트인 자, 막힌 자, 강한 자, 유한 자, 바보 같은 자, 어리석은 자, 소견이 좁은 자, 얕은 자, 용감한 자, 겁이 많은 자, 현명한 자, 교활한 자, 뜻만 높고 실행이 따르지 않는 자, 생각은 부족하나 고집스럽게 자신의 지조를 지키는 자, 모난 자, 원만한 자, 활달한 자, 대범하고 무게가 있는 자, 말을 아끼는 자, 말재주를 부리는 자, 엄하고 드센 자, 멀리 밖으로만 도는 자, 명예를 좋아하는 자, 실속에만 주력하는 자 등등 그 유형을 나누자면 천 가지 백 가지일 것이다”라고 긴 문장으로 정리를 해 놓았을 지경이다.

그리고는 인재를 등용함에 있어 “사람은 각자 생김새대로 이용해야 하는데, 대들보감은 대들보로, 기둥감은 기둥으로 쓰고, 오리는 오리대로 학은 학대로 살게 하여 그 천태만상을 그에 맞추어 필요한 데 이용하는 것이다”라고 그의 인재관을 펼치기도 했다. 적절한 용병술을 통해 최상의 조합을 맞춰 내는 기술이 인재를 가장 빛나게 하는 것임을 정조는 깨닫고 실천한 것이었다.

역시 세상에 무예도 많다. 우리나라 고유의 전투기술을 담은 전통무예라 불리는 택견, 씨름, 국궁 등을 비롯해서 외국에서 들어와 토착화된 외래 도입무예 등 수십 가지가 넘는 무예가 존재한다. 거기에 기존에 배웠던 무예를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의 무예를 창조해낸 창작무예까지 더한다면 바야흐로 무예의 전성기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심지어 최근에는 전세계 무예인의 화합의 장을 만들기 위해 무예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행사까지 대한민국에서 준비된다고 하니 무예가 얼마나 보편화되었는지 실감케 한다.

그 수많은 무예들은 제각각 특징이 있다. 어느 무예는 아주 먼 거리에서 적을 살상하는 것에 중심에 두고 또 어떤 무예는 지근거리에서 상대를 손기술이나 발기술을 중심으로 수련되기도 한다. 이러한 무예 중 무조건적으로 상대에게 승리를 쟁취하는 무예는 존재하지 않는다. 제각각 수련인의 실력에 따라 혹은 상황에 따라 장단점이 구분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승패가 결정된다. 무예를 수련하다보면 가끔 이런 질문을 듣는 경우가 있다. “태권도하고 합기도하고 싸우면 누가 이기나요?”와 같은 조금은 황당한 질문들이다. 답은 아주 간단하다 이기는 놈이 이긴 것이다.

문제는 근래에 각각의 무예단체에서 상업적 성격 혹은 수련생 확보라는 미명하에 전혀 해당 무예와는 관계가 없는 기술들을 가르치고 보급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맨손무예 단체에서 무기술을 수련한다든지, 강력한 투기 위주로 구성된 무예 단체에서 생뚱맞게 단전호흡이나 내공법을 가르친다고 광고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가르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그 이전부터 수십년 혹은 수백년에 걸쳐 관련 무예를 익히고 수련한 단체는 존재하고 있다. 해당 무예의 전문성을 뒤로 하고 시류에 영합하는 내용을 조금씩 추가하다 보면 종국에는 모든 무예들이 비슷하게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 무예의 다양성은 사라지고 오직 밥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무예계도 일종의 생태계와 같다. 제각각 그 모습 그대로 지키고 풀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억지로 비틀고 덧대다 보면 본질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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