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운명
/이문재
예술가란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가 없어서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지식인이란 인류를 사랑하느라 한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성인이란 우주 전체를 사랑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없앤 사람이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몰라서 풀 한 포기조차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시의 제목이 오래 전에 상영했던 영화 제목처럼 가볍다. 그러나 결코 가벼운 시가 아니다. 시인과 그 시인이 쓴 시가 일치가 된 경우가 문단에서 드물다는 생각을 곧잘 한다. 시는 좋은데 사람이 형편없다거나 사람은 괜찮은데 시는 영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문재 시인은 좋은 시를 쓰는 좋은 시인, 시와 시인이 한 몸이다. 예술가나 지식인이나 성인보다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은 풀 한 포기부터 사랑하는 사람이 아닐까. 시인은 사람만을 위한 세상보다 사람과 새와 풀 한 포기와 함께 공존하는 지구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나를 사랑하며 자존감을 갖고 생각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출발은 항상 나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는 시를 통해서 자책하고 있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모른다, 그래서 풀 한 포기조차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고백한다. 정말 그가 풀 한 포기조차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일까? 자본주의에 맞서 풀 한 포기 지켜주지 못한 자책은 아닐까. 강물을 보고 서 있는 강직한 시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나는 보았다. 혼자 자취하는 가난한 제자들을 위해 삶은 꽃게 몇 마리의 살을 정성껏 발라먹이던 그의 따뜻한 모습을… /김명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