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매우 다양한 가치관과 의식구조를 가지고 사는 분들이 함께 모여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계절이 바뀌듯 서로 순환하면서 공동체의 시스템을 지배하다가 물러서기를 반복하고 있다. 한때 범법행위로 금지되는 죄목도 어느 순간 봉인이 해제되어 법전에서 지워지고 사라져 버리기도 하니 세상사 참 기준을 맞추기 어렵기도 하다.
내가 대학 법학과 다니던 시절 누군가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동네가 떠들썩하다 못해 온 시내에 다 소문이 퍼지고 출신 고교에 찾아가 선생님들과 후배들 앞에서 마이크도 잡고 하였는데 이제 고시니 사법시험이니 하는 제도는 없어지고 변호사 시험으로 바뀌게 되었다. 요즘 법조계의 상황은 그야말로 상전벽해라 할 만하다.
넉넉하지 못한 집안의 자녀가 부모님께 다짐하기를 “공부 열심히 해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 판·검사가 되겠다”고 한다면 그 부모님은 당장 대학 4년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3년의 막대한 학비를 댈 생각에 몸져 누울지도 모른다. 7년간의 교과과정을 마치고 변호사 시험을 응시할 때 직면하는 문제는 같이 공부한 동료 2명 중 1명은 떨어진다는 합격률 50%의 현실이다.
어렵게 변호사 자격을 얻게 되더라도 더 가혹한 실상에 직면하게 된다. 나를 받아주는 곳이 없다. 이미 변호사 사무실이 너무 많아 과잉공급 상태인데다 수입조차 줄어들고 있으니 일감도 없고 급여 줄 돈도 없는지라 후배 변호사를 채용할 여력이 없다. 개업하려니 사무실 차릴 비용도 걱정이고 누가 사건을 의뢰할지 자신도 없다.
매년 1천500명의 변호사가 배출되어 나오는데 이들을 수용할 준비는 되어있지 않다. ‘배고픈 변호사는 굶주린 사자보다 더 무섭다’는 미국 속담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현실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존 변호사들도 생각들이 많이 달라졌다.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 사건만 기다리는 종전의 사고방식으로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잠재적인 고객층과 늘 접촉을 유지함으로써 변호사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 즉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서로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한편 변호사 단체는 지역의 지도층들이 지역 전통시장을 이용하지 않고 서울까지 가서 돈을 쓰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조만간 서울에 기반을 둔 대형 변호사 사무실과 지역 출신으로 지역에 터 잡아 살고 있는 변호사 사이에 한정된 법률시장을 두고 감정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모든 변호사는 자신을 알리고 싶은 절실함이 있으나 나름대로 체면이 있고 관행이 있어서 현실적으로 이를 가능케 하는 방법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때에 손쉽게 변호사를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역의 각 단체마다 변호사와 결연하는 방식을 제안해 본다. 이미 마을 변호사 제도, 1학교 1변호사 제도가 있지만 이는 중앙단체에서 빈칸 채우기 방식의 실적 위주 행정이라 실효성은 거의 없다. 친목단체에서 변호사, 의사, 경찰이 회원으로 함께 활동하면 수시로 격의 없이 접촉할 수 있듯이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상가건물 관리단, 상인연합회 등 각종 단체, 기관이 변호사와 결연 관계를 맺고 회의 자리나 행사 때 초대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좋은 관계를 맺게 된다. 대부분의 변호사가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고 있으니 내 전화번호부에 변호사 휴대폰 번호 1개 이상은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변호사 단체는 공익활동의 일환으로 다양한 대국민 서비스 제도를 가지고 있는데 자체 예산으로 선임료를 대신 지급하고 무료로 변호사를 이용하게 하거나 서민을 대상으로 소액의 수임료만 받는 변호사 명단도 만들어 놓고 있다. 지금 바로 각 지역 변호사 단체에 전화를 걸어 회장 전화번호 알려달라 해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