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
해마다 문내실 마을에 장마들면
무너진 토담을 지나
에베미 들판에서 백령산 자칫골까지
마냥 히죽이죽 헤매던
고모야
문내실 고모야
그 해,
유월 지나 칠월인가 팔월인가
온 산하에 콩 볶듯 총소리에 놀라
하얗게 정신을 놓아버린
눈 맑은 고모야
막내 고모야
-계간 아라문학 봄호에서
전후 세대들에게 전쟁의 기억은 없다. 다급한 상처들이 다소간 아문 후의 이해하기 어려운 몇 점 안쓰러운 현상들이 있을 뿐이다. 그 안쓰러운 현상들이 어찌 해서 생긴 것인지에 대해서는 어른들로부터 들은 것도 있고, 듣지 못한 것도 있다. 그래도 그 처절한 전쟁의 상처에 대해서는 깊숙이 이해하지를 못한다. 전쟁과 함께 잃어버린 것들이 비단 물질뿐이랴. 몸서리쳐지는 총성과 함께 영원히 잃어버린 정신은 인간이기에 더 공포스러웠던 전쟁의 상황을 처절하게 증거한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