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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김밥 마는 여자

 

김밥 마는 여자

/장만호



눈 내리는 수유 중앙 시장

가게마다 흰 김이 피어오르고

묽은 죽을 마시다 보았지, 김밥을 말다가

문득 김 발에 묻은 밥알을 떼어먹는 여자

끈적이는 생애의 죽간竹簡과

그 위에 찍힌 밥알 같은 방점들을,

저렇게 작은 뗏목이 싣고 나르는 어떤 가계家系를

한 모금 죽을 마시며 보았지

시큼한 단무지며 시금치며

색색의 야채들을 밥알의 끈기로 붙들어 놓고

붓꽃 같은 손이 열릴 때마다 필사되는

검은 두루마리, 이제는 하나가 된

그 단단한 밥알 속에서 피어오르는

삼색의 꽃들을

- 장만호 시집 〈무서운 속도〉 에서

 

 

 

이 시에서 김은 한 가정의 울타리가 되는 남자라고 할 수 있고 그 안의 밥은 한 가정의 모태가 되는 여자라 할 수 있다. 삼색은 김밥 안에 양념으로 넣는 노란 단무지와 초록의 시금치 그리고 갈색의 우엉뿌리로서 한 가정의 구성원이 되는 자식들 이라고 할 수 있다. 낯선 사람들이 만나 한 가정을 이루고 오순도순 살아가는 일. 이보다도 더 아름다운 일이 또 있을까.

/정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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