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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아버지의 베갯모

 

아버지의 베갯모

/이영애

붉은 비단천위에

밤새워 꿈을 수놓았던 어머니

씨줄 날줄 머물다 간 자리

그곳에 한 땀 한 땀 마음을 새겨 넣었습니다

현과 현사이 시간과 공간 사이

생이 엉키지 않도록 생각을 고요히 내려놓고

그리운 향기 오래 머물도록

안채를 빙 둘러 바람의 출구에 꽃담을 치고

마당 한 편 모란 두어 포기 심었습니다

나비와 벌들 자유롭게 드나들며

지나가는 햇살의 무늬 가득 고이도록

긴 여백 남겨 놓고

그대 가슴 흥건히 젖어오는 노을 빛만으로

거실 한 켠 액자 속에서 모란이 활짝 웃습니다

-제8회 동서문학수상 작품

 



 

시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시다. 베개의 양쪽 마구리에 있는 장식용 꾸밈새에서 거대한 자연과 세월. 그리고 생의 숨결을 차분히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베갯모라는 작은 공간에서 커다란 생각의 공간을 이끌어 낸다는 것은 어쩌면 시인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라 생각이 든다. ‘현과 현사이 시간과 공간 사이/ 생이 엉키지 않도록 생각을 고요히 내려놓고’라는 표현은 거시적 관점에서 끌어낸 휴머니즘적 본능이라고 생각된다.

/정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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