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사회학자이며 세계적인 미래학자 ‘울리히 백’은, 그의 저서 「위험 사회론」에서 산업화·근대화가 기술발달과 물질적 풍요를 가져왔지만, 그만큼 내재적 위험도 커졌다고 했다. 현대사회는 그저 재앙이 많을 뿐만 아니라 ‘재앙’이 구조적 요소로 내재하고 있는 사회라고 하면서, 위험이 예외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만연하는 사회, 즉 재난과 관련된 파국성(破局性)을 일상생활 내에 안고 살아가는 사회라고 했다. 그는 현대의 위험을 예시하면, 테러, 생태학적인 재앙, 핵 위기, 실업과 금융대란, 환경파괴, 지구온난화, 신종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 등등이 포함된다고 한다. 이처럼 위험이 반복 재생산되는 가운데, 위험에 대한 자각은 무뎌지며, 통제 역시 불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탈국가화하며 세계화된다고 한다. 이렇게 위험의 실체를 명확하게 파악하거나 예방할 수도 없으면서 막연한 불안감만 확산된다는 점에서 위험이 상존하는 사회라는 것이다.
2008년 3월에 내한했던 ‘울리히 백’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사회를 가리켜 “한국 사회는 근대화가 극단적으로 압축 성장됐기 때문에 특별히 위험이 심화된 사회”라고 평했다. 그리고 그는 “매스 매디어들이 물적 환경적 재난을 과장하는 보도태도도 문제”라고 하면서, 현대는 특정 이념에 경도된 언론사가 많아지면서 미디어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이념적인 생각을 다른 이념들과 비교할 시간도 없이 단순히 재확인(reconfirm)해주는 기사만 보게 된 결과라고도 했다. 그 결과 정치인들이 국민을 설득하는 설득의 본능을 잃어버리게 됐으며, 이는 지도자들의 권위의 위기로 이어지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어떤 국가에 위험이 발생했을 경우, 국가가 위험통제능력을 과신하거나, 무능한 대처로 국민의 불신을 키우게 되면, 만연한 불안감의 확산으로 사회전체가 침몰현상을 일으킨다고 하면서, 국가는 국민과 신중하게 대화하며, 어떤 위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함께 참아낼 수 있을 것이며, 어떤 위험을 우선순위로 관리할 것인가에 대하여 국민과의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오늘의 한국사회에서 가깝게는 MB정권 때 발생한 태안 기름유출사건과 숭례문 방화사건, 어린이와 부녀자 납치살해 사건, 조류 인플루엔자가 만연한 상태에서 발생된 미국 쇠고기 광우병 문제, 그리고 2014년의 세월호 침몰 사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같은 것처럼 전 국민을 패닉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위험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사건의 발생을 정부의 책임만으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이 기회에 대통령은 리더십 스타일에 문제는 없는지, 청와대와 행정부에는 적임자들이 활동하고 있는지. 대통령 리더십 스타일이 참모들이나 국무위원들의 자율적인 능력발휘를 못하게 하고 있지나 않는지에 대해서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13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뉴욕타임스 글로벌 포럼(아시아)’에서 토머스 프리드먼은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라는 발제를 통해 그는 “이제 리더는 수직적 지배가 아닌 수평적 지배를 해야 하며, 군림하지 않고 사람들 사이를 헤쳐 가는 ‘양방향소통’ 능력과 도덕성의 발휘가 갈수록 더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현대처럼 모든 정보가 ‘구글’에 상세하게 나와 있는 상황에서는 개인이 얼마나 ‘더 많이 아는가’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프랑스의 ‘기소르망’도 ”오늘의 사회는 누구도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수많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하면서, 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겸손하라고 했다. 한국은 경제성장기에 모두가 부의 축적에 몰두하는 가운데, ‘인정사정없는(brutal)’ 나라가 됐다. 그 결과 사회는 분열됐고, 사회적 연대의식을 상실했다”고 했다. 국민들이 자기의 권리에만 몰두해서 사회공공성을 무시하는 행태 등이 바로 여기에 속한다. 이런 현상은 민주화과정에서 공권력을 무시하던 일탈(逸脫)의 일반화요, 민주화정권들의 무능에 의한 공권력붕괴의 방치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잘못으로만 볼 수도 없다. 매스미디어들도 사건의 확대재생산에만 열중할 것이 아니라 건전한 시민의식의 발양을 위한 캠페인도 함께해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