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사랑
/최광임
대로를 가로지르던 수캐 덤프트럭 밑에 섰다
휘청 앞발 꺾였다 일어서서 맞은편 내 자동차 쪽
앞서 건넌 암캐를 향하고 있다, 급정거하며
경적 울리다 유리창 밖 개의 눈과 마주쳤다
그런 눈빛의 사내라면 나를 통째로 걸어도 좋으리라
거리의 차들 줄줄 밀리며 빵빵거리는데
죄라고는 사랑한 일밖에 없는 눈빛, 필사적이다
폭우의 들녘 묵묵히 견뎌 선 야생화거나
급물살 위 둥둥 떠내려가는 꽃잎 같은, 지금 네게
무서운 건 사랑인지 세상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간의 생을 더듬어보아도 보지 못한 것 같은 눈
단 한 번 어렴풋이 닮은 눈빛 하나 있었는데
그만 나쁜 여자가 되기로 했다
그 밤, 젖무덤 출렁출렁한 암캐의 젖을 물리며
개 같은 사내의 여자를 오래도록 꿈꾸었다
- 최광임 시집 『도요새 요리』중에서
언젠가 육교 아래에서 흘레를 하고 있는 개 한 쌍을 보았다. 개들은 쉽게 몸을 떼어놓지 못하는 것 같았다. 못 본 채 흘깃거리며 지났던 그 장면은 아직도 내게 선명하다. 왕좌를 버린 영국의 왕 에드워드8세. 윈저공이라 불렸던 남자와 심프슨 부인은 현실 불가능한 사랑을 선택했다. 명작이라는 작품에는 불륜이나 대부분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소재가 많다.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만을 쫒은 연인들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것은 이탈을 감행하지 못한 자의 대리만족일 것이다. 목숨을 걸고 짐승처럼 사랑하고 싶은 마음은 나의 숨겨진 욕망일까. 개 같다는 말을 욕 대신 흔히 쓰지만 개보다 못한 인간이 지천이다. 암캐를 바라보는 수캐의 눈빛 같은 눈빛을 이생을 더듬고 들춰보면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무서운 건 사랑인지 세상인지 나인지 너인지. 누가 뭐래도 죄라면 사랑한 일 밖에 없다고 그가 고백한다면, 그의 입술에 출렁출렁한 암캐의 젖을 물려줄 용기는 있는 것인가. /김명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