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
/정겸
초록 캠버스 위로 모네가 그린 ‘화강의 정원’ 보인다
다알리아, 사계장미, 능소화, 배롱나무들은
스스로 그림을 그리며 꽃을 피우고 있다
팔달산 기슭에서 날아 온 동고비새는
고개 갸웃거리며 조심스레 세상 엿본다
하늬바람이 안개구름 몰고 오더니
여우비 살짝 뿌리며 지나간다
하롱거리며 떨어지는 꽃잎들
어느새 꽃비로 바뀌는 순간이다
청사 둔덕마다 쑥부쟁이꽃 순하게 피었다
그리움과 고단함에 지친 사람들
산벚나무 그늘 아래, 무거운 짐 벗어 놓으며
가슴속에서 추억 한 페이지 꺼내어 살짝 펼쳐본다
멧비둘기 울음소리 들리는 오후 3시
나는 부재와 존재의 갈림길에서 잠시 망설이고 있다
- 시현실 2014년 가을호
경기도청이라는 관공서를 따뜻하고 평화로운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린 작품이다. 동고비새는 참새목에 속하는 조류로써 예로부터 힘없는 백성의 상징이다. 고단함에 지친 백성들이 경기도청을 찾아가서 무거운 짐을 토로할 때 저 꽃들처럼 따뜻하게 들어준다면 그곳은 꽃보다 아름다울 것이다. 바라는 것의 부재와 견뎌야 하는 존재의 갈림길에서 화자가 고민하고 있다. 경기도청이 정말 모네의 화강의 정원처럼 아름다운지 가보고 싶다.
/신명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