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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구 칼럼]선진국이 된다는 것

 

사람과 동물을 포함한 모든 사물들은 태어나고 생산되는 순간부터 기득권자들과 생산자들에 의해 평가를 받는다. 물건인 경우에 그 평가 항목은 외형, 크기와 비례, 색깔, 재질, 내구성, 유용성, 장소에 적절함, 가격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 다양한 항목들을 종합하여 그 사물에 대한 가치를 결정하게 된다. 평가의 기준은 객관적인 척도에 주관적 취향이 가미된다. 책상의 경우 공산품은 다양하여 취사선택할 수 있으나 특별히 주문제작 된 것들은 그 가격이 기성품보다 몇 배, 수 십 배가 된다. 여기에는 장인의 예술적 가치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부모가 바라는 대로 태어나는 자식은 드물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은 자녀들을 맞춤형으로 양육을 하려고 한다. 유치원 선택부터 성형과 배우자 선택에 이르기까지 부모의 주문제작은 계속된다. 사춘기를 지난 후 부모와 자식 간의 견해가 충돌하여 종종 부모가 계획한 디자인에 차질을 빚기도 한다. 자녀의 배우자를 선택할 때 그 평가의 항목은 상류층일수록 많으며 그 판단도 까다롭다. 집안, 학벌, 재산, 직업, 효심, 외모, 장래성, 인격, 태어날 자녀의 지능까지 예측하여 판단하려고 한다. 사람도 가치에 대한 평가를 받는 하나의 사물이 되고 말았다.

수년 전부터 교육부가 대학을 평가하고 있다. 그 항목도 다양한데 교육부의 정량 척도에 심사자들의 주관이 가미된 정성평가가 합쳐진 종합점수의 낮은 순서대로 정부의 재정지원제한과 입학정원 감축을 당하게 된다. 법조계는 사법고시 출신이 로스쿨 출신보다 가치가 높다고 평가한다. 일반적으로 S대 출신들이 여타 대학 출신들보다 더 높은 가치평가를 받는다. 시험은 평가를 위해 만들어진 장치이다. 시험이 객관적인 가치판단의 잣대가 된 세상에서 점수라는 한 가지로 사람에게 물건만도 못한 평가를 한다. 높은 시험점수를 받는다는 것에도 많은 평가 항목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이 그 사람의 장래를 보장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높은 시험점수를 받아 출세한 사람들이 일반 시민들에 비해 더 불효하고 더 이기적이며 공공성이 희박한 경우도 많이 본다. 그렇다고 사람과 사물에 대한 가치판단을 멈출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몇 몇 대기업에서 지원자들의 학력과 출신고향을 가린 채 면접을 하고 있다는 것은 기업과 국가 발전을 위해 고무적이다.

사람은 누구나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중대사를 포함하여 하루에 몇 번씩 판단과 결정을 하면서 살아간다. 높은 시험점수로 인해 고위직까지 오른 사람들이 점심식사 메뉴 선택이나 부동산 매매에 대한 판단과 결정은 매뉴얼이 없어도 능숙하게 처리하면서 그 범위만 넘어서면 우왕좌왕해왔다. 세월호 사건에서 수백의 생명을 잃고 정경유착으로 국민들에게 분노를 심었으며, 메르스가 시작됐을 때도 정부의 위기대응에 대한 재빠른 대책부재로 인해 온 국민들은 공포심으로 외출조차 삼갔다. 여전히 사물, 대학, 기업, 사람에 이르기까지 가치판단을 할 섬세한 항목과 매뉴얼은 매년 갱신해 발표하면서 정작 국민생명을 위협하는 것들에 대한 판단과 매뉴얼은 구닥다리이거나 아예 없거나 제작 자체를 뒷전으로 미룬 결과이다. 무엇보다 먼저 우선하여 생명에 관련된 사안은 세세하게 준비된 매뉴얼이 있어야만 사태가 발생한 현장에서 즉시 대응실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를 정부가 아니다.

선진국이란 높은 국민소득, 자랑할 만한 찬란한 역사와 문화에 앞서서 정부 국민 모두 매사에 가치평가를 하며 쇄신하는 나라를 의미한다. 사람과 사물, 기업, 대학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비교하여 평가하고 진단을 내리면서 왜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것에는 여전히 미개한지 모를 일이다. 전염병의 숙주 바이러스 자체를 인재라고 할 수 없지만 전염병이 확산되어 가는 것은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태로 고귀한 생명과 공포는 물론, 한국의 위신과 함께 외국여행객을 포함하여 국내의 모든 경제순환이 급강하되고 있다. 설상가상 가뭄까지 겹쳐 시름이 깊어가지만 국민들은 순교자 같은 마음과 자세로 메르스 치료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의료진들에 대한 가치평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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