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읽는 계절
/이현채
드레 아흐레 지나 잡지가 오면
노랑나비 흰나비
검은 고무신 꽃신 신는다
여름이 잡지 속으로 아롱아롱
맺힐 때
토란 대를 들고
네잎 클러버를 찾는다
지우개로 지워버렸던 사연들
가끔은
재생되지만
잡지를 넘기고 넘기니
사연들은
더욱더 클로즈업되어
토란 대를 따라
물방울
뚝,
뚝,
듣는 여름
그 여름이
새콤달콤 쌉싸름하게 지나간다
- 이현채 시집 ‘투란도트의 수수께끼’, 지혜출판사
오래 전, 책이 귀하던 때, 지금은 미장원에서 심심풀이로 보는 그 잡지 한 권을 손꼽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먼 곳에서 나를 찾아오는 이야기 손님, 받는 즉시 읽기 시작하면 밤이 늦도록 한권을 다 읽어내던, 머릿속에 쏙쏙 박히는 활자가 들려주는 낯선 세상. 표지가 너덜너덜하도록 빌려주고 빌려 읽는 잡지. 토란 대에 물방울 뚝, 뚝, 떨어지듯 잡지 속의 사연이 며칠 동안 내 몸의 구석구석 굴러다니는 현상. 참 새콤달콤 쌉싸름한 시절이 있었다. /이미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