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따라
/변종식
바람따라
아침이 열리고
이슬이 빛납니다
높은 산기슭을 넘고
기인 강줄기를 건너야 합니다.
그리고 허허벌판도
달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바람은 밤낮 쉴 틈이 없습니다
그 아무 것도
잠 재우지 못합니다
바람이란 표현들은 일상적이면서도 예사롭지 않다. 봄바람은 만물에 의욕의 성장을 위해 제 역할을 다 한다. 가을바람은 곡식을 수확하고 겨울의 준비하는 체온과 같다. 겨울바람은 넉넉한 사람들 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슬픔이다. 찬 기운만 가지고도 겁을 먹고 외출도 부자연스러운 계절이 아닌가, 바람은 울적한 마음을 치유하기도 하지만 성난파도와 같아서 무섭기도 한다. 자연의 섭리, 단풍들의 연예, 찬바람 앞에 휩쓸고 가는 마음의 위장을 해야 한다. 바람이 찬 기류를 이루어도 우리는 참고 견디고 이겨 가야 할 것이다. 삶이 어디 바람만 탓하랴 쓸쓸한 황혼의 들녘에서 부는 바람도 깊고 오묘하다.
/박병두 시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