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함순례
봉분에 이끼가 돋았다
죽어서는 그늘도 짐이 되는구나
무덤 앞 뒤 상수리나무 자르니
앞산 들머리 한눈에 들어온다
어머니 눈을 열어드린 거였다
눈자위 붉게 휘어진 시야
저 이끼로 말씀하신 건 아닌지
아픈 자식을 품고 불공드리러 가던 길
달려오는 자동차 피하지 못한
캄캄한 바닥,
핑그르르 젖이 돌고 계실
어머니의 한 짐
그늘을 베었다
-함순례 시집 ‘혹시나’中 (삶창, 2013)
양지바른 봉분에 이끼가 있는 풍경은 어딘가 이슬이 맺힐만한 그늘이 있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늘 햇살 받은 언덕처럼 따뜻했지만 어머니 그림자에 피어난 이끼. 그것은 다름 아닌 잉태하면서부터 사랑이었고 근심이었던 자식이 피워낸 눈물의 꽃이 아닌가. 환한 남향으로 시야를 열어드려도 그 분의 눈은 그늘을 향하고 그 곳에 마르지 않는 눈물로 이끼를 피우고 있는 결코 임종(臨終)하지 않는 그늘, 마치 엄마의 젖가슴같은 봉분에 핑그르르 젖이 돌듯 지금도 어머니의 그늘, 어머니의 이끼가 된 불효의 나를 돌아본다. 생전의 그늘이 귀천(歸天) 후에도 그늘이 되는 질긴 사랑을 본다, 마르지 않는 눈물을 본다. /김윤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