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경기침체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정년 연장과 청년 실업이 또다시 사회의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내년부터 근로자의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연장된다. 이에 따라 청년실업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임금피크제 도입이 시급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난 2013년 4월 정년연장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내년에는 공공기관과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 우선 적용되고 2017년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근로자 300인 미만의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음에도 기업들의 평균 정년은 58세 정도이나 실제로는 50세가 넘어가면 퇴직을 준비해야 하고 늦어진 연금수령 연령 등으로 인해 점점 노후생활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년연장은 좋은 대응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년연장은 IMF 경제위기 이후 이어진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가장 심각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청년실업문제를 더욱 어렵게 할 수도 있다. 이에 앞으로 ‘세대간 일자리 전쟁’을 예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법원의 통상임금 범위 확대 판결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내년에 정년이 연장되면 기업들은 신규채용을 더 줄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청년들의 취업난은 가중될 전망이다.
법 개정 당시 정부와 국회가 이 문제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관련법에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 대표는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정부는 고용지원금과 컨설팅 등을 지원할 수 있게 했다.
현재 사업장 내에서 정년연장과 연계된 임금체계 개편 논의는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법에 정한 임금체계 개편 규정이 강행규정이 아니어서 노사의 자율적 협상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고, 특히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서는 취업규칙을 변경하여야 하는데 여기에 근로자들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연초 노사정위원회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주요 논의 의제로 임금체계 개편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였다. 만일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단위 기업들의 노사교섭에 준거로 작용할 수 있어서 상당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러한 합의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정부는 정년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년연장 또는 정년 후 재고용 과정에서 일정 나이와 근속기간을 기준으로 임금을 감액하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법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의무화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방안이 있으나 노동계는 물론 야당의 반대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는 개별 사업장에서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되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나 사회통념에 비춰 합리성이 있으면 노조의 동의가 없더라도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정부는 이러한 판례를 통해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한 임금피크제를 사회통념상 합리적이라는 주장을 적극 내세워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노동계는 현행 58세 정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근로자는 임금삭감의 고통만 겪게 된다는 주장이며 이런 이유로 강력히 반발하면서 노사자율에 맡겨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근로자의 주장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세대간에 경쟁과 대립의 상황에 놓이는 일은 피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사회적 아픔과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는 기성세대들의 정년을 늘리는 대신 청년들의 일자리도 줄어들지 않게 하는 완충장치를 만드는 묘수가 필요하다. 그 완충장치가 임금피크제 도입이라 생각한다. 당초의 입법 취지는 정년연장과 함께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임금체계를 개편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입법취지에 맞게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기성세대들의 통큰 양보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