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박인옥
알타미라 동굴 벽화는 아마츄어 고고학자
사우투올라의 어린 딸이 발견했다
비좁은 굴에서 무심코 본 벽화에는
석기 시대의 붉은 들소 수 십 마리가 거세게 뛰고 있다
내 가슴에 얼굴 부비며 어디든 따라 다니는
막내딸은 날아다니는 새를 보다가
나는 왜 날개가 없느냐며 큰 소리로 울곤 했다
그 때마다 너는 날마다 내 마음 속을 날아다닌다고
나의 컴컴한 동굴 속 어디쯤에서
수 만 마리 새들과 날고 있다고 달랬다.
불빛을 비추면 어느 원시의 벽화 속 새들이 나타나고
거짓말처럼 너는 나의
한 마리 어여쁜 새라는 것을 언젠가 알게 되겠지
어린 새의 연한 주둥이 같이 따닥따닥
종알거리는 너를 보면
숨겨 왔던 내 날개가 자꾸 푸드덕 거린다
모녀가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은 정겨운 모습 중 하나이다. 어린 딸이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을 보면 엄마는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화자는 막내딸이 즐거워하며 종알거리는 모습을 보고 숨겨왔던 날개가 자꾸 푸드덕거림을 느낀다. 그 숨겨왔던 날개가 무엇일까? 아마 시인인 화자는 글을 쓰고 싶은 무한한 욕구였을 것이다. 많은 부모들은 자식들의 자유로운 비행을 내버려 두지 못한다.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대물림하며 자식들의 비상을 꿈꾸곤 한다. 이제는 교육열을 불태워 자식들에게 대리만족하려 하지 말고 우리의 날개를 푸드덕거려야 한다. 가끔씩은 자식들의 힘들어 하는 날갯죽지에 해맑은 웃음을 매달아 주고 싶다. /송소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