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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만에 빛을 본 봇나무껍질속 편지 한장…

항일투사 김철운의 피로 얼룩진 일생 드러나

이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 그가운데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고 반드시 알아야 할 이야기가 있다. 오늘은 인생의 황혼녘에 선 갑삭한 88세 로인의 묵직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 60년만에 빛을 본 편지

2000년 청명, 룡정시 개산툰진의 김문필옹(당시 73세)은 해마다 그래왔던것처럼 안해 강금자씨(올해 81세)가 정성담아 싸준 제사음식을 들고 화룡시 팔가자진 상남 1대에 위치한 아버지 김철운의 묘소를 찾았다. 3남2녀중 막내아들인 김문필옹은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남달랐던 모양, 해마다 청명, 단오, 추석이면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꼭 아버지의 산소를 찾았다.

산소에 도착해보니 주변에서 방목되던 소들이 밟아놓은듯 제사돌이 엉망으로 되여있었다. 김문필옹은 정리를 할 료량으로 부스레기 돌들은 치워버리고 큰 돌은 바로잡으려 손을 돌밑으로 넣었다. 그때 손끝에 뭔가 걸리는것이 있었다. 무심코 꺼내본 그것은 누군가 베실로 꽁꽁 동인 봇나무껍질통이였다.

“길이가 한뽐쯤 되였는데 겉에는 초를 발라 밀봉했더군요. 마개를 겨우 뜯었는데 그속에는 한장의 종이가 들어있었어요.”

종이에는 조선글이 빼곡이 적혀있었고 초를 발라 마무리했다.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는지 가늠할수 없을 정도로 상태는 온전했다. 다만 새까맣게 된 봇나무껍질이 어느 정도 세월의 흔적을 짐작케 할뿐이였다. 김문필로인은 돋보기가 없었던탓에 편지내용을 읽지 못하고 아래켠에서 일을 하던 황기화와 리홍화 녀성을 만나서야 비로소 편지내용을 알수 있었다.

편지에는 대략 이런 내용이 씌여있었다.



“김철운 아들 김문학, 김문국, 김문필

김철운동무는 민국 19년(1930년)에 중국공산당에 입당한 로당원이며 적후투쟁에서 우리 당 동만항일유격대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 우수한 정보원이였다. 그중 대표적인것은 홍기하전투, 이 대승리는 김철운동무의 정보와 갈라놓을수 없다.(중략)

마지막 정보는 민국 29년 4월에 보낸 정보에 의하여 서성구 민생단 두목을 청산한것이다.(중략)

우리는 김철운동무를 만나려고 왔으나 감옥에서 고문당한 미열로 앓다가 희생되였다는것을 알았으며 비통한 심정으로 이 글쪽지를 김철운동무의 무덤에 묻어놓고 간다.(중략)

민국 29년 10월 29일

동만항일련군 2군

유격대원 류경수 강위룡”

편지내용을 다 들은 김문필옹은 쿵쿵 세차게 뛰는 가슴을 눅잦힐수 없었다. 머리속에는 대뜸 지난 세월의 편린들이 하나둘씩 떠오르며 퍼즐조각마냥 무어지기 시작했다.



■ “아버지 편히 잠드세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날 당시 겨우 13살이였던 김문필옹은 비록 나이는 어렸지만 아버지 생전의 례사롭지 않았던 행적에 대해 어렴풋하게나마 의문을 품고있었다. 봇나무껍질속 편지의 내용을 듣는 순간 김문필옹은 자신의 두귀를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편지속 내용은 바로 김문필옹이 평생동안 그토록 알고싶어했던 아버지의 신분에 대한 답이였다. 그것은 그렇게 우연히 그리고 너무나 늦게 그를 찾아왔다.

김문필옹은 이 봇나무껍질속 편지가 비록 그들 형제에게 쓴것이지만 그속에 아버지의 신분을 비롯한 우리 당과 항일련군의 한단락의 투쟁사를 담고있음을 상기하고 여러모로 연줄을 달아 당시 주박물관 관장이였던 김만석에게 보냈다. 주박물관과 성문화청의 중시하에 봇나무껍질속 편지는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 2급문물로 지정됐다. 이 문물은 현재 연변박물관에 소장돼있다. 김만석은 이에 그치지 않고 편지속 류경수와 강위룡의 신분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대량의 자료 수집끝에 김일성장군회억록과 림춘추의 ‘청년위사’중에서 두 인물이 동북항일련군 1로군 제2방면군 로전사였음을 밝혀냈다.

김만석관장이 가져온 자료사진을 보는 순간 김문필옹은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보니 어렸을적 우리 집으로 자주 찾아왔던 키다리 아저씨들이 바로 류경수와 강위룡이였어요.”

길림성정부에서는 항일로전사인 류경수, 강위룡이 그의 전우 김철운의 신분을 증명하는 이 편지에 대해 자세히 조사하고 연구를 거쳐 2001년 9월 25일에 김철운을 항일혁명렬사로 인정했다.

/글·사진=리련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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