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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무병장수를 위하여

 

오늘은 다른 날보다 조금 늦게 집을 나섰다.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해 헬스클럽으로 향했는데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다. 모두들 운동에 집중하고 있을 시간인데 입구 쪽 정수기 주변에 모여 있다. 옷을 갈아입고 들어가 보니 무언가 먹고 나서 종이컵을 들고 있는 사람들과 아직 입을 우물거리는 사람들도 있다. 인사를 나누면서 나에게 은박지에 쌓인 무언가를 건네는데 말랑하게 찐 가래떡이 들어있다. 곁에서 다른 누군가가 음료수 캔을 건네며 나를 위해 준비했다며 웃는다. 가래떡은 혼자 먹기에는 많은 양이라 반을 자르고 음료수도 종이컵에 약간 덜어 마셨다. 떡과 탄산음료가 잘 어울리는 맛으로 기분 좋은 아침을 시작되고 있었다. 그러나 뒤따라 들리는 말은 나의 입맛을 동요하게 한다. 감자떡도 먹으라고 권하는 말에 그릇을 들여다보니 이미 내가 잘라 놓은 가래떡 반 토막이 있을 뿐 감자떡은 부스러기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올 줄 모르고 감자떡이 하도 맛있어서 세 개나 먹었다고 활짝 웃으며 자랑이다. 어릴 적부터 밥이나 떡보다는 밀것을 좋아하고 특이 감자 옥수수를 좋아해 감자바위로 시집보낸다고 놀림을 당하던 나는 감자떡 생각도 간절하고 은근히 샘이나 똥배나 확 나오라고 놀려 모두들 웃는 바람에 그 아우가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꽁무니를 빼고 말았다.

예전 같으면 떡으로 손이 갔을 터이지만 지금은 감자떡으로 눈이 가고 가난한 사람들이 먹던 보리밥이나 그 밖에 잡곡이 웰빙식으로 각광을 받는다. 양식을 아끼기 위해 해 먹던 곤드레밥이나 팥칼국수 같은 음식도 이미 별식이 되었고 청국장 같은 발효식품은 물론 집에서 막걸리나 식초를 비롯해 주변에서 구하는 온갖 열매나 야생초를 이용한 효소를 만들고 나누기도 한다.

장날이면 뻥튀기 아저씨의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쏟아지는 연기처럼 뽀얀 김이 눈앞을 뒤덮고 기다리던 사람들은 저마다 커다란 봉지를 눈치껏 세웠던 차에 싣고 부리나케 떠난다. 뻥튀기의 소재도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해 졌다. 예전에는 옥수수와 쌀이 대부분이었고 가끔 콩이나 수수를 튀기기도 했지만 지금은 율무, 보리, 현미 같은 곡류는 물론이고 무말랭이, 둥글래, 돼지감자와 그 밖의 약용식물이 더 많다고 한다. 그래서 겨울 특히 설을 앞두고 강냉이 재료를 담은 자루가 줄을 이었고 날이 더워지면서 비수기가 되었지만 지금은 계절이 없다. 한나절이 지나도 개시도 못했다는 뻥튀기 아저씨의 뻥이 당연하게 먹히는 날이다.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저 살 궁리를 하는지 장날 바로 다음 날은 어찌 알았는지 새들이 모여든다. 처음엔 서너 마리가 한가하게 먹이를 찾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새 친한 새들을 부르는지 가득히 모여 꼬리를 흔들며 부지런히 쪼아 먹는다. 그러다 차 소리가 가까워지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쏜살같이 날아간다. 그리고 그 먹이가 없어지면 옆에 치킨 집 앞으로 모이고 겨울에는 붕어빵 포장 곁으로 모인다. 그러고 보면 쌀가게 앞에 모여들던 그 새떼가 지금은 뻥튀기나 치킨 붕어빵으로 입맛을 들인다. 거슬러 올라가면 벼이삭이나 수수이삭 조이삭을 쪼아 먹던 새들도 이제는 온갖 입치레를 하게 되었다. 허수아비에게도 속지 않는 새들이 이제는 업그레이드 된 입맛과 먹거리를 통해 무병장수를 누리며 사람보다 오래 살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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