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가는 길
/박병두
해남은 해의 남쪽인가
해남 가는 길
푸르던 내 마음 붉은 꽃으로 피어난다.
아니면 바다의 남쪽인가
해남 가는 길
소금꽃 끝없이 피어나는 가슴
낙타등 같은 하루를 두드리며
해남 가는 길
발바닥에 물집 잡히듯 잡히는 그리움
해남 가는 길
가면 갈수록 끝없이 목마른 그 길
해남은 남도에서 가장 넓고 농산물이 풍부한 곳이다. 예로부터 이곳에서 생산되는 고구마나 겨울배추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또한 시인이 많이 나기로 소문난 곳이기도 하다. 윤선도를 비롯한 이동주, 김준태, 윤금초, 김남주, 고정희, 이지엽, 황지우 등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인들이 해남 출신이다. 수원에 살면서 문화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박병두 시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시인에게 있어서 고향 해남은 근원적인 ‘그리움’의 대상이긴 하되, 늘 행복했던 기억의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해남 가는 길은 ‘붉은 꽃’, ‘소금꽃’, ‘낙타 등’의 이미지가 시사하는 바 ‘가면 갈수록 끝없이 목마른 그 길’이 된다. 어린 시절 가난과 허기의 기억이 아직도 시인에게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선태 시인·목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