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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근 칼럼]청년변호사의 생존경쟁

 

변호사 회장을 하다 보니 가끔 소속 회원들로부터 주례 요청을 받는다.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지 얼마 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새로운 거친 환경에 적응해 가며 또 가정도 꾸려야 하는 그들을 생각하노라면 어떤 좋은 말을 해 주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주옥같은 명문장의 예문도 많고 유명인의 주례사도 인터넷에 많이 올라와 있지만 변호사라는 전문 직업인에게 알맞은 내용을 생각하게 되면 결국 나 자신의 옛 결혼 시절을 되돌아보게 된다. 또 변호사로서 활동한 지난날들을 회상하며 후회되는 일, 기쁨의 순간을 떠올린다. 결국 주례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 날 이루지 못 했던 꿈들을 풀어 헤쳐내고 이들에게 이러 이러한 일들에 도전하고 성취해 내라는 다소 교훈적인 딱딱한 설교 스타일이 되고 만다. 특히 같은 변호사끼리 결혼하거나 의사 등 전문직과 결혼하는 후배들에겐 업무와 관련된 조언이 자연스레 포함되게 되는데 어떻게 보면 결혼식장에서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는 형국이다.

우리나라 전 영역에 걸쳐 살기가 어렵게 되었지만 요즘 변호사 시장은 매우 불안한 상황이고 미래의 전망도 극히 비관적이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른 불황이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나아지겠지만 그 근본 원인은 현실에 안 맞는 제도에 있으니 그러한 제도가 유지되는 한 아무런 기대치가 없다.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 법조계는 과거에 비해 참 많이 친절해졌고 편리해지고 있다. 조금만 노력하면 혼자 힘으로 법률적인 분쟁에 대처할 수 있으니 굳이 비용을 들여가며 전문가를 찾을 이유가 없다. 권리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법원에 접수되는 사건의 숫자는 증가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변호사 사무실에 의뢰되는 사건이 증가하지는 않는다. 반면 한 해에 배출되는 변호사는 1천500명인데 이들은 모두 수도권 지역에 집중된다. 수도권 이외의 지역은 이미 변호사 시장에 체계가 잡혀있고 서로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오랜 경력을 가진 분들이 지역민들과 단골 관계를 맺고 있어서 처음 시작하는 변호사에겐 시장 개척이 매우 어렵고 기회가 거의 없다. 반면 수도권은 넘쳐나는 변호사 간판에다 온갖 낚시성 홍보가 넘쳐나기 때문에 서로 비교할 기준이 모호하고 선택의 폭이 넓으니 열심히 하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다. 하지만 수도권의 이러한 기회는 잠시뿐이고 곧 사라져 버릴 수 있다. 수원의 경우 최근 4년 동안 변호사 전체 인구가 두 배가 되었다. 만약 아파트 상가에 한 개의 약국만 있었는데 최근 한 개의 약국이 추가 개업해서 두 개의 약국이 서로 마주 보게 되었다 가정하면 두 곳의 사정은 어떻게 될까?

이러한 비유가 좀 무리한 면이 있지만 그만큼 국가에서 변호사를 많이 뽑는 현재의 시스템은 장래 국가와 시민들에게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대학 4년 로스쿨 3년이라는 긴 시간 고액의 등록금을 내고 변호사 자격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냥 집에 있으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결혼하는 젊은 후배 변호사 얘기를 하려다 또 변호사 시장 전반에 걸친 어려운 현실을 토로하게 되었다. 한 가지 희망적인 면은 오랜 변호사 생활로 고정관념이 생긴 나와 달리 패기 있게 새 출발하는 후배들은 이러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러한 환경 가운데 자신의 꿈을 잘 그려 나가고 있다. 자격증이 더 이상 그 자체만으로 수익을 발생시킬 수 없고 경쟁을 막는 방어수단도 될 수 없음을 알기에 좀 더 자기개발에 힘쓰고 틈새를 공략하는 지혜를 짜내는 모습을 본다. 요즘 개업한 젊은 변호사들은 대부분 우리 지역에서 자라왔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역민과 함께 살아갈 이웃들이다.

변호사회장이 되어 임원진을 구성할 때 가정 먼저 고려한 부분이 바로 지역출신으로 지역 사정을 잘 아는, 그래서 장래 이 지역 법조계를 책임질만한 인재가 누구인지였다. 이러한 지역출신 변호사는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 평소 남다른 애향심으로 지역사회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협회 회무를 할 때나 의뢰인을 상대할 때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임하는 모습을 본다. 이렇게 변호사나 전문 직업인이 적극적인 자세로 지역민과 희로애락을 힘께 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 서울 가서 변호사 찾지 말고 가까운 지역 변호사를 먼저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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