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은 역사는 언제나 정의가 승리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자신의 기구한 처지에 빗대어 갈파하고 있다내가 삶의 역경과 선택의 순간에 사마천을 생각하고 그에게 배우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양뿐 아니라 세계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사기(史記)’는 사성(史聖) 사마천(司馬遷)이 아버지 사마담(司馬談)의 유언에 따라 완성한 역사서로, 전설 상의 황제(黃帝) 시대부터 자신이 살았던 한 무제(漢武帝) 때까지 2천여 년을 다뤘다.
특히 주나라가 붕괴되면서 등장한 제후국 50개 가운데 최후까지 살아남은 전국칠웅(戰國七雄), 즉 진(秦)을 비롯한 한(韓)·위(魏)·제(齊)·초(楚)·연(燕)·조(趙) 등의 흥망성쇠 과정을 주축으로 한 인물 중심의 통사다.
이처럼 ‘사기’에는 역사 속에 명멸해 간 제왕과 제후 그리고 수많은 인물들과 각국의 생존사가 생생하게 담겨 있어 역사상 많은 지식인들은 이 책을 인간의 본질을 가장 날카롭게 파헤친 인간학의 보고라고 부른다.
전 법제처장이자 독서인으로 불리는 이석연 변호사는 인간학의 보고인 ‘사기’라는 텍스트를 통해 우리 사회의 제반 문제점과 새로운 대안을 찾는 시도를 담은 ‘사마천 한국견문록’를 펴냈다.
절에 들어가 1년 10개월동안 400여 권의 책을 읽었을 정도로 독서광인 이석연 변호사는 그의 독서인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책으로 사마천의 ‘사기’를 꼽으며 “사마천은 역사는 언제나 정의가 승리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자신의 기구한 처지에 빗대어 갈파하고 있다”며 “내가 삶의 역경과 선택의 순간에 사마천을 생각하고 그에게 배우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미지의 깊은 숲처럼 펼쳐진 ‘사기’의 세계를 탐방하고, 그것을 현실의 세계에 적용하려는 의지를 ‘견문록’이라고 표현해 책의 제목을 ‘사마천 한국견문록’이라고 붙였다.
따라서 책은 ‘사마천이 한국사회를 본다면 무엇을 어떻게 기록했을까’라는 관심에서 시작된다.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문화, 역사의 면에 이르기까지 ‘사기’의 시각에서 본, 즉 사마천의 눈으로 본 한국사회의 자화상을 그린다.
‘악(惡)의 평범성’의 만연과 세월호 사건, 직언이 없는 정치, 곡학아세하는 지식인, 대권쟁취자들의 고질병, 존경할만한 원로가 없는 사회, 변절이 미화되는 세태, 일관성이 없는 법치 등 우리 모두가 인식하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되고 있지 않는 제반 현상을 22가지로 정리해 ‘사기’의 원문을 토대로 그 해법을 모색하는 것은 물론 동서고금 인물들의 시각에서도 한국사회를 조명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공정함과 정의가 국민적 삶의 올바른 가치로 정립되고,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 뚜벅뚜벅 걷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제대로 평가받고 대접받는 한국사회를 향한 의지와 희망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