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강·11―어머니의 달력
/권섬
칠순을 넘기신 어머니 앓으신 후부터
오늘이 며칠인지, 교회 가는 날은 언제인지,
도통 기억을 못해 생각해 내신 묘안이
하루가 지날 때마다
달력의 날짜를 까맣게 지우시는 일.
어머니의 달력은 당신 사신 만큼
날수가 까맣게 지워져가고 있다.
날짜를 지워가며
사는 날보다 갈 날을 챙기시는 어머니.
하루씩 이승의 옷을 벗으며 오늘도
다음 세상으로 건너갈 까만 징검다리 돌을
따·문·따·문·달력 위에 놓으신다.
-계간 아라문학 여름호에서
나이가 들어 기력이 떨어지게 되면 날짜 가는 것도 잘 모르는 경우 있으리라. 산책 한 번 하고 쉬어야 하고, 식사만 하고 나서도 쉬어야 하고, 누군가와 이야기만 나누어도 잠시 쉬어야만 하는, 그때쯤이 되면 그럴 수도 있으리라. 그런데 이런 어머니를 바라보는 자식들의 눈은 또 다르다. 자꾸 돌아가실 날이 다가오는 것처럼 불안해지게 된다. 이승과 저승 사이 흐르는 강에 스스로 징검다릿돌을 한 개씩 두 개씩 놓아가는 듯 마음이 아프게 된다. 그러나 누구나 스스로 놓는 저 돌을 밟고 언젠가는 강을 건너기 마련이다. 운치가 있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