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박해미
석창 화훼단지에 갔더니
꽃만 만발해 있었다.
그 곳에서 알려준대로
서시장 종묘상회로 갔더니
꽃씨 심을 철이 지났다 한다
나도 참 철 없구나, 돌아오는 길
수년전 내게 신세 진 적 있는
초등학교 근처 작은 꽃집에 들렀다
철모르는 어린 학생들이 찾는 경우가 있다고
반백이 된 꽃집아저씨 웃으며 건네주신다.
철없이 받아 온 꽃씨,
때 되어 심어 꽃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계간 리토피아 여름호에서
꽃을 심는 마음은 강력한 생명 에너지에서 나온다. 절망이나 포기와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때 늦은 철에 꽃씨를 사러 갔다가 무안을 당해도 상관이 없다. 그저 즐겁다. 꽃씨를 뿌릴 수만 있다면, 꽃을 피울 수만 있다면, 끝없이 행복하다. 또한 꽃씨를 사는 마음은 내일의 꿈이 충만하다는 증거이다. 철 지난 꽃씨를 사들고도 마음이 끊임없이 출렁거리는 이유이다. 사철, 꽃을 키우는 마음은 그래서 건강하고 아름답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