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종이비행기
/박완호
아이가 군용비행기 몇 대를 군사우편으로 보내왔다
편지지 활주로에 가지런히 정렬된, 날아오르기 직전의 비행기들
어디로든 날아가고 싶었을까, 무작정 이륙하고픈 마음의
갈피를 접고 또 접어가며 제가 꿈꾸는 누군가에게로
어떻게든 가 닿고 싶었던 걸까, 팔순 장모가 날린 비행기가
이 방 저 방을 왔다 갔다 하며 앳된 이등병의 근황을 수런수런 부려놓는다, 멀고 먼
은하로부터 날아든 꽃별 같은, 눈물 나게 예쁜 군용종이비행기들
- 박완호 시집 - 『너무 많은 당신』 중에서
군인아저씨께 라고 시작되는 위문편지를 쓴 시절에는 군인들을 보면 늠름하고 씩씩한 남자라고 느꼈는데, 지금 군인들을 보면 앳된 모습들이다. 공군에 입대한 이등병 아들이 안부편지를 쓰고 마음의 갈피를 접고 접었을 종이비행기. 아버지는 아들이 군용비행기 몇 대를 보냈다고 과장을 하고 있다. 그 비행기들이 어찌 은하의 꽃별 같지 않겠는가. 군부대 사건사고가 많아 마음이 한시도 편할 리 없는 가족들. 아들의 근황을 접한 가족은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아이가 군복무를 무사히 마치기를 기도했을 것이다.
/김명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