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공립 고등학교에서 벌어졌다는 성추문 의혹을 듣고 충격에 빠지지 않은 사람이 없다. 믿고싶지 않을 정도다. 성추행 확산을 견디다 못한 해당 학교 여교사가 지난달 14일 신고에 따라 20일부터 서울시교육청이 이 학교에 대해 특별감사에 들어갔다. 최근까지 조사에서 밝혀진 사실은 남자교사들로부터 교실·상담실·회식 자리 등에서 성범죄 피해를 봤다고 진술한 여교사가 8명, 여학생은 130여 명에 이른다. 이 학교 여교사 35명의 23%, 학생 753명의 17%가 장기간에 걸쳐 성범죄에 시달려온 것이다. 게다가 가해 교사 중에는 교장도 가담한 것으로 알려져 조사대상에 올라 영화 ‘도가니’만큼이나 충격적이다.
소수자들의 일탈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무리다. 남자 교사 4명과 교장의 이같은 일탈행위는 오히려 믿고싶지 않을 요지경에 가깝다. 여교사와 여학생을 가리지 않고 130여 명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은 인륜과 도덕 불감증을 뛰어넘어 정신착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노래방에서 동료 여교사의 몸을 더듬다가 옷을 찢고, 어느 교사는 과학실 등지에서 여학생의 엉덩이를 만지거나 가슴에 손을 넣어 만지려 하는 등의 파렴치한 성추행을 저질렀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의 사례라지만 전국 어디서나 있을법한 일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부모들은 어떻게 자녀를 학교에 맡길 수 있겠나 걱정이 태산같다.
교장이 떳떳하지 못하다보니 피해자들의 문제 제기에 제대로 대처하기란 불가능이었을 것이다. 성추행이 반복되도 근절은커녕 오히려 성추행이 더 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교사들의 성범죄가 해마다 늘어나는 이유의 하나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2009~2014년 초·중·고 교원 징계 현황’을 보면 이 기간 성범죄로 징계받은 교원은 모두 204명이었다. 2009년 26명에서 2010년 36명, 2011년 38명, 2012년 42명, 2013년 48명으로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이었다. 성범죄 가운데 미성년 학생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교원도 86명이나 됐다. 한심하다못해 말도 안 나온다.
성추행과 성희롱을 일삼은 교사들은 이제 교단에서 퇴출함이 마땅하다. 더욱이 다른 사람도 아닌 동료 및 제자들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행위를 용납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파면이나 해임의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 교단에서 성범죄 전력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오늘날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낳았기에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