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사회는 지역경제 불균형, 취업난, 저출산, 에너지 자원 문제 등 자본주의의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봉착해 있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고자 나온 개념이 있다. 바로 산촌자본주의다. 이는 예전부터 인간이 가지고 있었던 휴면자산을 재이용함으로써 경제 재생과 공동체의 부활에 성공하는 현상을 일컫는 신조어로 2012년 2월 일본 NHK에서 TV프로그램으로 방송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일본에서 40만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는 산촌자본주의를 주제로 한 책으로, 당시 방송에 함께했던 지역 경제학자 모타니 고스케와 NHK히로시마 취재팀이 펴냈다.
산촌자본주의는 돈의 순환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전제하에서 구축된 ‘머니자본주의’ 경제시스템과 함께, 돈에 의존하지 않는 서브시스템도 재구축해두자는 사고방식이다. 즉, 돈이 부족해져도 물과 식량, 연료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자는 것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산에서 스스로 연료를 조달하고, 안정되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삶을 통해 지역의 경제 자립이 이뤄진다. 이처럼 산촌자본주의는 돈이 최우선이 아니라는 발상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자본주의다.
책에서는 일본 오카야마현 마니와시에서 산촌생활을 하고 있는 사례가 다양하게 소개된다. 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목재를 연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스토브. 이것으로 취사와 난방까지 가능해 석유나 가스 등의 에너지를 수입하는 일이 적어졌다. 에너지를 절약하며 광열비 등의 지출도 줄어들었다. 직접 텃밭에서 기른 채소를 나누며 지역주민들간의 유대가 강화돼 궁극적으로 화합과 공존의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반면 산촌자본주의는 시골에서만 가능한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저자는 산촌자본주의가 농촌의 생활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숲이나 인간관계처럼 돈으로 살 수 없는 자산에 최신의 기술을 더해 활용하면 돈에만 의지하는 생활보다 훨씬 안전하고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예로 도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산촌자본주의도 소개한다. 최근 일본 도쿄 시내의 번화가 긴자에서 판매되는 빌딩 옥상에서 채취한 꿀을 사용해 만든 케이크가 그것이다. 긴자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이 케이크는 도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산촌자본주의의 단적인 면을 보여준다.
이처럼 책에서는 머니자본주의로 인해 직면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산촌자본주의를 제안한다. 산촌자본주의는 현재의 자본주의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인류가 살아남을 길을 제시해 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