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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희망 콘서트

 

폭염을 들추는 요란한 매미 울음에 푸른 기운이 감돈다. 며칠 전 내린 비로 메말라가던 대지가 흠뻑 젖은 후 들판이 달라졌다. 매미 소리에 흥이 나는지 나무는 한 뼘 쯤 키가 자란 것 같고 채마밭에도 윤기가 난다.

거미줄에 맺힌 이슬이 햇살을 연주하고 옥수수 멀쑥한 키가 하모니카를 부는 듯 바람을 쥐었다 놓고 나팔꽃도 질세라 닫았던 귀를 열어 한여름 오페라를 즐기고 있다.

이렇게 자연이 한 통속이 되는 동안 풀들은 씨앗을 익히며 영역을 넓혀가고 강바닥을 드러내며 쩍쩍 갈라지던 강줄기에도 물 흐르는 소리가 제법 소란하다.

얼마 전 메르스로 고초를 겪은 평택 성모병원에서 희망콘서트가 열렸다. 평택 출신 가수와 뜻을 함께한 몇 분의 가수가 메르스로 지친 지역 주민과 의료인 공무원 등 관계자를 위로하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자는 의미로 자선 공연을 마련한 것이다.

그들은 소리 높여 힘을 내자고 외쳤다. 메르스로 인한 큰 타격과 고초를 겪은 만큼 평택을 온 나라에 알리고 병원을 알린 것을 불행 중 다행이라 여기고 이제 어떤 나쁜 바이러스가 덤벼도 발붙일 곳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자며 온 힘을 다해 흥을 돋우고 시민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한마당을 열었다.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이 듬뿍 담긴 메시지를 전달할 때마다 시민들은 박수도 답례했고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서까지 함께 하며 하나 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병원 관계자들도 병원을 살리기 위해, 돌아선 시민들의 마음을 불러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에 콧잔등이 짠해 왔다.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이 드문드문 콘서트에 참가한 것으로 보아 병원도 정상화를 되찾아 가고 있는 듯 보였다.

물론 정상으로 회복되기엔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고 서로가 노력해야 할 일들이 많다. 지역주민들은 병원의 정상화를 위해 도와주고 병원은 질 좋은 서비스로 화답하여 비온 뒤 땅이 단단해지듯 이번 일을 계기로 의료기관으로서의 몫을 단단히 해서 시민들이 안심하고 찾고 자랑으로 여길 수 있는 지역의 의료기관이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거리 곳곳에는 의료인과 공무원 등 관계자들의 수고에 감사하다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메르스는 우리가 잡을 테니 걱정 말고 경제를 살려달라는 의료인들의 호소문이 내 걸리기도 했다.

어려움 속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다행이 메르스도 종식됐고 평택도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재래시장도 활성화가 되고 대형마트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이 현실이 되고 보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두려움도 많았지만 잘 극복할 수 있어 다행이다. 충격이 컸던 만큼 움츠렸던 가슴을 활짝 펴고 모두가 힘을 모아 침체된 경기를 살려야 한다.

한 목소리로 노래하고 함께 어울어져 춤추듯 서로를 격려하고 소통하며 한마당 무대를 연출해 보자. 의료인은 병원에서 직장인은 각자의 근무처에서 자영업자는 좀 더 질 좋은 서비스와 전략으로 위기를 기회로 삼자. 각자가 지휘자가 되어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갈 때 삶의 질 또한 한 옥타브 올라갈 것이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안견문학상 대상 ▲시집- 자작나무에게 묻는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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