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 누구나 한번은 꿈꾸어 보았을 고시공부의 낭만. 열정 하나만 가지고 책 보따리 짊어지고 산에 오르면 온 세상을 다 정복할 것만 같았던 유치하면서도 찬란한 시절.
역사 속 과거시험이 연상되고 장원급제의 환호가 그려지던 고시합격의 길이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려 한다.
올해 사법시험은 이미 치러졌고 이제 내년인 2016년 마지막 시험을 치르고 나면 폐지되기로 법에 정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법조인은 대학 4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3년, 합계 7년의 교육을 마치고 졸업장을 손에 쥔 사람들만이 응시하는 변호사시험을 통해 배출되게 된다.
현재 대다수 국민들의 머릿속에 심어져 있는 법조인이 되는 길은 고시공부를 통한 사법시험 합격과 사법연수원의 2년간 혹독한 교육과정, 판사나 검사로 임관된 후 선배들로부터 전수되는 전 인격적인 트레이닝을 통해 법률 전문가로서 홀로 서게 되는 순서일 것이다.
하지만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사람만 응시할 수 있는 변호사시험이 사법시험을 대체하도록 제도가 변경되었고 2년간의 사법연수원 교육과정은 불필요해졌다.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기만 하면 즉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형식적인 6개월의 변호사사무실 견습 생활을 거치게 되면 온전한 법조인 자격을 갖추게 된다.
이러한 관계로 내년에 폐지되는 사법시험을 계속 유지하여 변호사시험과 병존시킬 것인지 변호사시험 단일체제로 갈 것인지를 여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법조인뿐 아니라 시민 모두가 한번은 생각해 볼 과제라 생각한다.
학력제한 없이 응시할 수 있는 사법시험과 달리 로스쿨 졸업자에게만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변호사시험제도는 도입당시 사회적 공론과정을 거치거나 국민적 공감을 얻지는 못한 상태에서 국회의 날치기 통과로 시행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벌써 4번의 졸업생을 배출하였고 앞으로는 변호사시험 출신 변호사들이 법조계의 주축을 이루게 된다. 필자와 함께 일하고 있는 두 분의 변호사도 지역 로스쿨 출신 변호사로서 의뢰인의 신뢰을 받으며 변호사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로스쿨 교육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실한 학사관리, 실무교육의 부재, 특권층 자제들의 법조권력세습 등과 관련하여 로스쿨 회의론과 사법시험 존치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로스쿨과 더불어 고시제도를 병존시켜 유지할 필요도 있다.
사법시험은 공정한 시험 내지 사회적 공정성의 상징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다. 로스쿨-변호사시험 출신의 변호사들과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출신의 변호사들이 서로 경쟁하며 발전하도록 하는 것이 법률서비스 수요자인 국민들에게도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
사법시험은 응시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역할도 하는데 대학 중퇴자나 초·중·고졸자도 응시할 수 있어서 학력에 의한 차별이 없다. 또 서민층의 법조계 진출을 위한 사다리이기도 하다.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서민들이 변호사·판사·검사가 되기는 무척 어려워지는데 이는 서민층에 매우 불리한 입학전형방식과 고액의 등록금 때문으로 서민들의 법조계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로스쿨 시행 7년차가 된 현재시점에서 전통학문인 법대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데 사법시험은 로스쿨과 법대가 상생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이러한 분위기로 최근 사법시험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무더운 여름 날씨처럼 뜨겁다.
내년에는 총선으로 선거분위기 때문에 사법시험을 되살리는 법안이 심의되기가 불가능하여 올해 정기국회에서 이 문제을 다루지 않으면 사법고시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법조인은 이 사회에서 많은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데 그 선발방식이 일률적이 되면 그 역할에도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어떤 이들은 여의도에 직접 찾아가 눈물로 하소연하며 국회의원의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번뿐인 이번 기회에 사법시험을 유지하는 법안이 통과되어 단 100~200명이라도 개천에서 용이 된 서민의 대변자가 법조인으로 탄생하는 꿈을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