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데뷔 10주년 맞은 박지성
“점수 차가 크다 보니 그라운드에 나설 때 부담이 없었죠.”
2005년 8월 10일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 홈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데브레첸(헝가리)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예선 3라운드 1차전에서 3-0으로 앞선 후반 22분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벤치 근처에서 몸을 풀던 ‘24살의 신예’ 박지성에게 교체 투입을 지시했다.
로이 킨과 교체돼 들어간 박지성은 남은 시간에 세 차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만들고 위협적인 슈팅까지 시도하면서 홈 팬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경기는 바로 ‘영원한 캡틴’ 박지성의 맨유 데뷔전이었다.
지난 2005년 6월 맨유와 ‘깜짝 계약’한 박지성은 7월 맨유 훈련에 합류했고, 곧바로 이어진 맨유의 아시아투어에 합류했다.
맨유 유니폼을 입은 박지성은 마침내 8월 10일 데브레첸을 상대로 ‘맨유의 성지’ 올드 트래퍼드에서 공식 데뷔전을 치르면서 자신의 이름을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고 맨유 구단은 10일 홈페이지에 ‘박지성이 기억하는 10년 전 맨유 데뷔전’이라는 글을 올려 그의 ‘맨유 데뷔 10주년’을 기념했다.
다음은 맨유 홈페이지에 실린 박지성의 일문일답.
-언제 처음 경기에 뛸 것을 알았나.
▲아마도 누구나 알겠지만 퍼거슨 감독은 절대 하루 전날 선발선수 명단을 알려주지 않았다. 항상 경기 당일 아침에 발표했다. 출전선수 명단에 내 이름이 포함된 것을 보고는 ‘아마 뛸 기회가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퍼거슨 감독이 몸을 풀라고 했을 때 긴장이 되지 않았다. 로이 킨과 교체돼 투입될 때도 점수차가 커서 많은 부담이 되지 않았다. 그때를 떠올리면 실수가 1∼2개 정도 있었던 것 같다. 그 정도면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데뷔전 당시 벤치에 앉아 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데브레첸은 그리 강한 상대는 아니었다. 그래서 긴장이 덜 됐던 것 같다. 더구나 나는 맨유에 입단하기 전에도 에인트호번(네덜란드)에서 UEFA 챔피언스리그를 경험해봤다. 데브레첸은 UEFA 챔피언스리그 예선전 상대이자 맨유의 시즌 개막전 상대였다. 그래서인지 올드 트래퍼 관중석이 꽉 차지 않았지만 특별한 경험이었다. 모든 게 새로웠고 출발선에 선 느낌이었다.
-데뷔전 때 누구랑 뛰었는지 기억이 나는가.
▲내 기억으로는 뤼트 판 니스텔루이, 웨인 루니, 에드윈 판데르 사르, 리오 퍼디낸드, 폴 스콜스 등이 함께 뛰었다. (맨유 편집자 = 당시 경기에는 게리 네빌, 존 오셔, 대런 플래처, 로이 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도 함께 출전했다.)
-데뷔전을 앞두고 어떻게 준비했나.
▲다른 경기와 마찬가지로 특별히 준비한 것은 없었다. ‘내가 맨유를 위한 첫 걸음을 내디딜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은 했지만 사실 확신은 없었다. 벤치에 앉아서 경기에 집중하려고 애를 썼다.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팀에 녹아드는 것이었다.
-출전에 앞서 퍼거슨 감독이 무슨 말을 해줬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에서는 퍼거슨 감독이 “프리미어리그에 온 것을 환영하네”라고 말해주신 게 또렷하게 기억난다. 그래서 나도 “예. 잉글랜드 무대에 데뷔하게 됐네요. 이제 시작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