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올 시즌 전반기 예상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둔 가장 큰 원인은 타격 부진이었다.
타자들이 출루하지 못하고, 출루하더라도 후속타 불발로 홈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SK 투수들은 점수를 뽑지 못하는 같은 팀 타자들을 의식하다 보니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김용희 SK 감독은 타격 부진과 관련한 질문을 받으면 조심스러운 말투로 항상 비슷한 대답을 했다.
“최정이 살아나야 합니다. 최정의 타격감이 돌아오면 전체적으로 방망이가 물오를 거라고 봅니다.”
SK의 간판타자인 ‘86억 사나이’ 최정은 어깨 통증 등으로 부진이 계속되자 2군에도 다녀왔다.
그의 방망이는 전반기 막판 살아나기 시작했다. 최근 10경기 타율은 0.457(35타수 16안타)에 달한다. 지난달 초 0.258까지 떨어졌던 시즌 타율은 한 달여 만에 0.312(237타수 74안타)로 올랐다.
갈 길이 바쁜 SK의 기대감도 커졌다.
SK는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대형 악재를 만났다. 이번에도 최정이다.
1회초 첫 타석에서 좌전안타로 출루한 최정은 박정권의 타석, 롯데 선발 송승준의 견제구 때 1루로 귀루하다 오른 발목을 삐끗했다. 그는 고통을 호소했다.
인근 병원으로 후송된 최정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했고 오른 발목 인대가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추가 검진을 받을 예정이지만, 3∼4주 결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SK는 포스트시즌 진출의 마지노선인 5위를 놓고 한화 이글스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SK는 지난 4일 5위를 탈환했지만 며칠 안 돼 다시 한화에 그 자리를 빼앗겼다.
KIA 타이거즈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KIA(0.490)는 5할 승률이 무너진 SK(0.495)에 불과 0.5게임차 뒤진 7위다.
주전 선수 한두 명이 팀 전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최근 SK 팬들이 ‘가을 야구’에 대한 희망을 키운 중심에는 최정과 박정권의 불방망이가 있었다.
SK는 당분간 간판타자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한다. 최정이 물올랐던 타격감을 복귀 이후 곧바로 이어갈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경쟁 상대인 한화도 이용규, 제이크 폭스 등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에스밀 로저스라는 걸출한 새 외국인 투수가 천군만마 역할을 하고 있다.
SK 앞에 놓인 길이 험난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