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3 (일)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72세 日 노인, 조선인 전우 위해 법정에 서다

한 개인의 생애사로 일본의 지난 20세기를 구현해 낸 도서
전쟁이 인간 생활을 어떻게 바꾸었나 끊임없이 질문 던져
일본계 일본인 前포로-조선계 중국인 前포로 ‘日상대 소송’

 

조선인 전 일본군이었던 전우를 위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본인이 있다. 올해 한국 나이로 91세인 일본인 오구마 겐지다.

‘일본 양심의 탄생’은 게이오대 역사사회학자 교수인 저자가 아버지 오구마 겐지의 일생을 인터뷰하면서 민중사, 개인사적 서술을 통해 일본의 20세기를 그려낸다.

식민지 조선인들은 1910년 경술국치일 이후 일방적으로 일본국적을 부여받았다. 그러다 패전 직후였던 1947년 일본정부는 ‘외국인등록령’을 시행해 일본국적인 사람 중 조선 호적과 대만 호적 등 일본 호적 이외의 사람을 ‘당분간 외국인으로 간주한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1952년 4월 연합군 총사령부 점령이 끝나자 일방적으로 그들의 일본 국적을 박탈했다.

1945년 겐지는 스무살의 나이로 일본군에 입대하자마자 소련군의 포로가 됐고 3년간 시베리아 수용소 생활을 하게 된다. 그곳에서 일본군 조선인 오웅근을 만난다. 오웅근은 만주 출신의 조선인으로 광명국민고등학교(중학교 과정) 졸업 이후 일본군에 강제 징집됐고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무기를 지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전투에 참가했다가 겐지가 있던 소련의 치타 제 24지구 3분소 수용소에 오게 된다.

중국으로 귀화한 그는 연변 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됐지만 중국 문화혁명의 혼란 속에서 ‘일본군 출신’이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게 된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나 일본정부는 ‘일본인 국적자’들에게만 ‘위로금’의 형식으로 전쟁피해를 위로하는 애매한 보상사업을 펼쳤다. 현재 중국 국적자인 오웅근은 그 대상에서 제외됐다.

겐지는 위로금 제도가 전쟁피해자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아니라는 생각에 신청을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다 ‘부전 병사의 모임’의 회보를 통해 오웅근과 편지로 재회하게 되면서 생각의 방향이 바뀌었다. “조선인을 일본인으로 징집해놓고 지금은 외국인이기 때문에 지급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이후 겐지는 그를 위해 일본 정부에 ‘위로금’을 신청했고 위로금 10만엔의 절반을 오웅근에게 보내게 된다. 이에 오웅근은 겐지에게 공동원고가 돼달라는 요청을 하게 된다. 결국 둘은 1996년 9월 도쿄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일본계 일본인 전 포로’와 ‘조선계 중국인 전 포로’가 공식 사죄와 손해바상을 요구하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일본 양심의 탄생’은 일본 시민운동의 아이콘, 데모하는 지식인이란 수식어를 가진 일본 게이오대 역사사회학 교수 오구마 에이지가 한 개인의 생애사로 일본의 지난 20세기를 구현해 낸 책이다. 유력자 계층의 시선에서 쓰여진 것이 아닌 개인사, 생애사 연구라는 점에서 기존의 역사책과 차별성이 있다. 책은 오구마 겐지의 일생을 통해 전쟁이 인간의 생활을 어떻게 바꿨는지, ‘전후 평화의식’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자신의 사적인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채 아버지의 인생사를 각 시대의 사회적 맥락에 위치시켜 한 사람의 일생을 그려내는 것이 역사 서술이 될 수 있음을 직접 증명해낸다.

/민경화기자 mkh@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