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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정부의 재정 전가(轉嫁)

신동섭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 의원

  • 등록 2025.07.13 10:45:28
  • 14면

정부가 야심차게 내세운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은 당초엔 국비 80%, 지방비 20%를 부담하는 구조로 설계됐고, 이에 대해 많은 지방정부들이 재정 부담을 호소했다.

 

이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전액 국비’로 수정되며 일말의 안도감이 돌았지만 결국 마지막 순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다시 지방정부가 10%를 부담하는 ‘9:1 분담안’으로 뒤집혔다.

 

과연 이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처음엔 정부 스스로가 말했다.

 

지역의 재정 여건을 고려해 전액 국비로 지원하겠다고. 책임 있는 자세, 공약 이행의 의지로 읽혔다.

 

그런데 불과 며칠 만에 다시 지방비 10%를 부담시키는 구조로 후퇴했다.

 

국회 예결위는 이 결정의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도 않았다. 중앙정부가 지역 여건을 고려하겠다는 것과 달리 정작 국회는 지역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국회의원은 ‘국가 전체’를 위한다는 명분과 함께 각자의 ‘지역 대표성’을 바탕으로 존재한다.

 

국회가 가장 중요한 ‘지역의 재정 현실’을 외면한 채 지방정부에 추가 부담을 안긴 것이다.

 

그런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지방의회 의원들조차 이번 소비쿠폰 정책에 반대하며 전액 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단순한 ‘기부 퍼포먼스’가 아니라 지역의 열악한 재정 상황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체감하고 있는 시의원으로서의 현실적 판단이다.

 

시민의 세금이 결국 빚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현금성 소비쿠폰이 능사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처럼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시의원들마저 우려를 표하고 있는 마당에, 정작 지역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이 ‘재정건전성’에 대한 고민 없이 이런 구조를 확정지었다는 점은 더욱 뼈아프다.

 

지역의 목소리를 중앙에 전달하라고 뽑은 사람들인데, 현실은 지역의 고통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 시의원만도 못한 국회라면 그 존재 이유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인천시만 해도 이번 사업으로 인해 수백억 원의 지방비를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이미 빠듯한 살림에 빚을 내서라도 중앙정부의 공약을 뒷받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게 과연 온당한 일인가?

 

중앙의 책임을 지방에 전가하고, 지방은 빚을 내 중앙정부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 구조, 이것이 과연 ‘공정한 분담’인가?

 

더 큰 문제는 신뢰다.

 

정부가 전액 국비로 부담하겠다고 밝히자, 지방정부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인천시 역시 당초 1700억 원 가까운 지방비 부담을 계산하며 지방채 발행까지 검토하던 절박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다행’이라던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불과 며칠 만에 다시 ‘지방비 분담’이라는 말이 흘러나왔고, 말 바꾸기도 문제지만, 그에 따른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았다.

 

지방은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에 들어가야 했고, 빚을 내서라도 중앙의 공약을 떠맡아야 할 판이다.

 

이것이 과연 신뢰 기반의 정책 결정인가?

 

정책 발표는 빠르고 요란했지만, 정작 책임과 재정 구조는 끝내 불투명했다. ‘속도’와 ‘실용’을 내세웠지만, 현장에선 ‘혼선’과 ‘혼돈’만 남았다.

 

지방정부가 없는 중앙정부도 없고, 현장을 외면한 공약이란 그저 종잇장에 불과하다. 중앙정부가 정말 국민을 위한다면 그 책임도 자신이 져야 한다.

 

빚을 내서 공약을 대신 이행하는 것이 지방의 역할이어선 안 된다.

 

이런 구조가 반복된다면 지방정부는 점점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여지를 잃게 될 것이다. 재정은 줄고, 정책은 정해져 있고, 선택지는 사라진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지방자치를 하고 있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지방의 재정 여건을 안다고 했던 그 말, 책임지겠다는 약속, 이제 와서 되돌릴 수 없다면 적어도 구멍 난 지방 재정을 다시 메울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부터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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