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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음서제(蔭敍制)

고려 7대왕 목종은 즉위하자마자 5품 이상의 관직을 지낸 관리의 아들에게 벼슬을 내리는 음서제를 만들었다. 지배세력들의 지위를 자자손손 계승토록 해 달라는 귀족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였다.

음서 출신들은 처음부터 유리한 조건에서 벼슬을 시작했다. 진급에 있어서도 혜택을 누렸다. 그리고 혜택의 폭도 할아버지와 아버지 벼슬의 높고 낮음에 크게 좌우됐다. 그런가 하면 신분에 따라 어린나이에도 벼슬길에 오르는 것이 가능했다. 당시 음서의 나이를 18세로 규정했지만 10세 미만의 경우도 많았고 대략 15세를 전후해 관직에 취임했다.

음서제는 고려의 귀족사회를 형성하는 토대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문벌이 형성되고 이를 기반으로 족당 세력을 구축하였는데, 그 결과 수많은 귀족 문중이 배출됐다. 하지만 권력이 무한하지 않다고 했던가. 이러한 제도로 인해 문벌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결국 고려가 멸망하는 원인이 됐다.

조선시대엔 폐해와 부작용으로 등용 범위를 축소시키기도 했다. 대신 실력에 의한 선발 시험인 과거의 비중을 높였다. 그러나 조선시대 또한 혈통을 중시하는 신분제 사회의 속성을 뛰어 넘지 못하고 음서제를 양반 관료사회를 형성하는 하나의 축으로 활용했다. 혜택의 범위도 아들·손자·사위·아우·조카 등 가문 전체로 확대했다. 고려시대 때보다 더 변형된 모습으로 혈통을 중시하며 문벌주의를 유지했던 것이다.

자유경쟁이 보편화 되어 있는 현대에 들어서도 이 같은 음서제도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표면화 되어있지 않았을 뿐 사회 곳곳에서 은밀하게 부활, 특권을 대물림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게 2010년 9월 발생한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외교부 특채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결국 행정고시 5급 특채자 50% 확대 개편안이 백지화 됐지만 국민여론은 극도로 악화된 뒤였다.

최근 여·야 국회의원 두 명이 변호사 자녀 특혜 취업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극심한 청년 취업난 속에 불거진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미생들은 ‘현대판 음서제’나 다름없다며 분노하고 있다. 교묘하게 진행되고 있는 신분과 부의 대물림. 이를 뿌리 뽑을 묘책은 진정 없는 것일까.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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