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에는 역사를 이끌어 온 가장 중요한 원동력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항상 존재한다. 서양문화사학자 조한욱은 작고 사소해 보이지만 거대한 역사를 움직여온 ‘사람들의 이야기’로 세계사를 풀어냈다.
‘내 곁의 세계사’는 짧지만 깊이 있는 세계사 한 장면 한 장면을 통해 휴머니즘 가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세계사에 투영된 오늘날 모습을 성찰할 수 있도록 한다. 책은 현대부터 고대까지, 유럽에서 아프리카까지 시공간을 망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위대한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얽힌 사정, 욕심으로 큰돈을 잃은 과학자 뉴턴, 성인이 된 후 스승인 설리번과 동지적 관계로 인권운동을 펼친 헬렌 켈러,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발명가 벤저민 프랭클린, 딸에게 3·1운동의 정신을 강조한 자와할랄 네루, 미래를 예견한 작가 조지 오웰의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인물의 미처 몰랐던 삶을 통해 그들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특히 이 책은 세계사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세계사에 투영된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 한다.
타이타닉 호의 침몰에서 세월호를 떠올리고, 홀로코스트를 부정해 소송을 당한 데이비드 어빙의 이야기에서 스스로 우리 역사를 왜곡하는 자들의 민낯을 만나고, 대학 운영에 기업이 관여하는 것을 비판한 에드워드 톰슨의 행동에서 한국 대학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또 올림픽 체조 요정 나디아 코마네치의 이야기에서 김연아를 보며, 차별과 탄압 속에서도 노래로 저항한 라틴아메리카 가수의 모습에서 김장훈을 본다.
글 한 편 한 편에 담긴 저자의 촌철살인 한 마디는 통쾌하기도 하지만 역사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할 지 등 역사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성찰하게 한다.
때로는 감동적이고 때로는 교훈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은 우리가 알고 있는 위인만이 아니다.
역사책에 등장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큰 울림을 주기도 하며, 그들이야말로 역사를 이루는 가장 근본적인 존재라는 확신을 심어주기도 한다.
‘내 곁의 세계사’는 자신의 자리에서 역사를 만들어온 사람들의 삶을 통해 세계사에 대한 이해는 물론 ‘과거’는 사람을 위해 사람이 만들어 온 ‘사람들의 역사’임을 깨닫게 해 준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