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안수환
내가 놓친 것은
당초무늬 질그릇 뚜껑만이 아니다
칫솔을 놓치고
손수건을 놓치고
읽고 있던 칸트를 놓쳐버렸다
내 아내를 놓쳐버렸다
허무한 인생,
그러나 정말로 내 손에서 빠져나간 것은
가벼운 먼지였다
가볍게 가볍게 손에 들고 있던 인생이었다
- 시집 ‘앵두’에서
그날 천둥이 말한 것, 소나무가 말한 것, 눈보라가 말한 것, 그날 너의 눈빛이 말한 것, 낮달이 말한 것, 너를 알아듣지 못한 것, 나의 무지가 놓쳐버리고 반생을 지난 것. 공허한 인생, 그러나 정말로 내가 놓친 것은 소중한, 새로운, 또 다른 시간의 변신이다. 보다 적극적 도전이다. 하지만 내가 견디고 얻은 것 또한 소중한 생이다.
/신명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