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논쟁이 노동계는 물론이고 여야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노동시장 개혁에는 많은 과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논쟁은 지나치게 임금피크제 도입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여러 노동시장 개혁과제 중에 근로시간제도도 이번 기회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중의 하나이다.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은 지속적으로 단축되고 있으나 2013년 현재 연간 2천71시간으로 OECD 국가들 중 3위로 장시간 국가에 해당된다. 이러한 장시간 근로에도 불구하고 느슨한 업무 행태 등으로 인해 노동생산성은 OECD 국가들 중 28위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간 정부에서는 장시간 근로를 줄이기 위해 법정근로시간 단축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으나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매우 복잡한 원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제도적으로는 휴일근로시간이 연장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아 법정근로시간은 1주에 40시간이지만 실제 근로가능시간은 1주에 68시간까지 가능하다. 또한 공중의 편의 등을 고려하여 노사합의로 제한없이 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그리고 탄력적 근로시간제도나 재량근로시간제 등과 같은 유연한 근로시간제 활용에 매우 소극적이라는 점도 있다.
문화적 측면에서 보면 사무직들의 경우 많이 개선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얼굴 도장 찍기 문화에서 비롯된 정시퇴근 기피풍조에 의해 초과근로가 많고 직장분위기상 휴가사용을 자제하는 문화가 여전하다. 2012년도 고용부 조사에 따르면 근로자 1인당 연차휴가일수는 8.5일이고 사용률은 57.8%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직장인들의 연차사용률은 46.4%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산업현장에 근로시간과 관련한 법위반 풍조가 심각한 상황이다.
그리고 경제적 측면에서 낮은 기본급과 높은 수당의 임금체계로 인해 잔업과 특근을 통한 수입 증대의 목적으로 근로자들이 장시간 근로에 관심을 갖는 측면도 있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장시간 근로는 근로자의 삶의 질은 낮추고 가족간 소통시간을 줄여 가족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근로자의 생산성과 창의성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여 산업재해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청년실업문제가 통계로 나타난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이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안중의 하나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절실한 시점이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연차휴가 사용률을 100%로 높이면 연간 23만개의 일자리 창출 여력이 생긴다고 한다.
장시간 근로개선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휴일 및 연장 근로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휴일근로시간을 연장근로시간에 포함하여 주당 근로가능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대폭 줄일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인력난이 심각한 중소기업의 사정을 고려하여 엄격한 요건하에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고 기업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근로시간이 급격하게 줄어들 경우 중소기업의 경영상 애로와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소득 감소에 대해 설비투자 확대와 신규채용에 대한 인건비 및 컨설팅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한, 노사합의시 연장근로 제한이 적용되지 않은 특례업종(현행 26개)을 합리적으로 축소 조정하는 한편 탄력적 근로시간제도의 단위기간을 확대하여 근로시간 운영에 탄력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노사정은 낮은 휴가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고, 정부 및 공공부문의 선도적 역할도 적극적으로 해나가는 한편, 산업현장에 만연하고 있는 근로시간관련 법위반 사례에 대한 지속적인 지도감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