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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풀어본 무예]단점을 장점화하라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우리의 삶 역시 완벽하게 살고는 싶지만 수시로 그 한계에 부딪히며 고뇌한다. 그러나 만약 모든 것이 완벽하다면 세상사는 재미 또한 덜할지도 모른다. 그 불완전한 모습이 우리네 삶의 진정한 모습일 것이다. 무예 또한 그런 불완전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완벽함은 있을 수 없다. 가장 기본적인 체력이나 신장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물리적인 한계는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수련이라는 지속적이면서도 무지막지한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몸에 가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의 키는 변할 수 없는 것이다. 아직 성장판이 닫히지 않은 청소년이면 수많은 보조도구나 약물 등을 이용해서 조금이라도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있겠지만, 이미 뼈가 굳어버린 성인이 된 후에는 오히려 줄어들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살아야 할 판이다. 만약 작은 키가 단점이라면 그것을 한계로 둘 것이 아니라 그것에 맞는 무예수련을 통해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키가 작으면 당연히 손과 발의 길이가 짧기에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공방을 펼쳐야만 승산이 있다. 그래서 좀 더 접근전에 집중하고 보다 빠른 발놀림을 통해 순간의 이동거리를 단축시키면 되는 것이다. 안되면 될 때까지 수련하면 된다. 그래도 안된다면 그것은 이미 자신의 선을 넘은 것이기에 거기에 맞은 움직임을 다시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의 움직임 역시 그에 대응하여 움직이기에 자신의 단점을 장점화시키는 것은 몇 배 이상의 고통이 따른다. 그래서 수련이 힘든 것이다. 보통은 절장보단(絶長補短)이라 하여 자신의 가진 장점으로 단점을 보완하는 형태로 풀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그 장점만 믿고 설치다가는 헤어날 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지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늘 자신이 가진 장점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마음속에 뿌리 깊게 막고 살아야 그나마 화를 면할 수 있다. 인생사 길흉화복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다가오게 된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바로 그 말이다.

우리나라 전통의 전략방식은 청야수성전(淸野守城戰)이라고 하여 적이 공격을 해 오면 먹을거리가 가득한 들판을 깨끗하게 소멸시키고 험준한 산속의 성곽으로 숨어버리는 것이다. 넓은 평지대신 국토의 70~80%이상이 험준한 산이고, 인구 숫자도 적은 이 나라의 단점을 산성방어체계라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극복한 것이다. 전투 초기 적은 날카로운 창칼로 쉼 없이 공격을 하지만 사계절이라는 독특한 기후 특성은 적을 쉽게 지치게 만들기 충분하다. 한 여름에 갑옷을 입고 전투에 투입되면 한 시간이 안 되어 파김치가 되고, 장마를 만나면 무기에 녹이 슬고 활을 굳혔던 아교는 흐물흐물해져 전투력이 반감된다. 들판의 곡식들은 모두 불태워 없어지고, 보급물자가 떨어지고, 거기에 겨울삭풍이 몰아치면 적은 물러갈 수밖에 없다. 전쟁 초반 사기 충만했던 적은 고개를 떨구고 철군해야 한다.

바로 그때 산성에서 웅거하며 힘을 비축한 기병들이 철군하는 적의 후미를 조금씩 짤라 먹고 들어간다. 진격의 속도는 빨랐지만 철군의 속도는 늘 느릴 수밖에 없다. 후미군이 전멸할 즈음에는 국경을 넘을 때가 되는데 여기서도 쉼 없이 적을 압박해서 본진까지 타격을 입혀 두 번 다시 이 땅을 넘볼 기회를 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소위 백만대군을 격파한 것이 고구려와 당나라의 전쟁이었으며, 조선시대에도 이런 전술전개는 가장 보편적인 방편이었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활의 나라이며 기병의 나라라고 부른 것이다. 산성 위에서 아래로 화살을 쏘면 평지보다 훨씬 먼 거리의 적을 사살할 수 있으며, 철군하는 적을 효과적으로 따라 붙으며 섬멸하는 방식에는 기병이 최고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역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어졌지만, 그렇게 완성된 장점을 맹목적으로 믿고 있다가 병자호란이라는 큰 화를 입게 된 것이다. 산성에 웅거하고 적의 보급선을 차단하리라고 믿었다가 주변의 산성을 봉쇄당하고 서울로 본대가 순식간에 몰아쳐 역사 이래 처음으로 국왕이 무릎을 꿇고 항복을 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단점을 장점으로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진 장점 또한 영원한 것이 아니기에 늘 고민하고 고민해야만 한다. 인생사 매일매일 수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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