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 중 인간만이 자살하는 존재라고 한다. 유럽에선 예부터 이런 자살을 금기로 여겼다. 신성한 목숨을 함부로 버려선 안 된다는 기독교 영향을 받은 탓이다. 보수적인 영국에선 18세기 까지 자살자에 대해 불이익도 줬다. 재산을 국고로 환수 했고 자살자의 주검을 말에 매달아 끌고 다니며 또 다른 자살자가 나오지 않도록 경각심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단기 처방으로 자살을 막을 순 없었던 모양이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그 숫자가 줄지 않고 있어서다. 따라서 생겨난 말도 있다. 자살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못하는 국가의 무능함을 질타하는 ‘자살은 사회와 나라가 방관하는 일종의 살인’ 이란 지적이 그것이다.
자살하려는 사람의 80%는 어떤 형태로든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그중 50%는 주변에 ‘죽고 싶다’고 분명하게 밝힌 다고 한다. 죽기 전 세상에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게 ‘자살 경고표시 매뉴얼’이다. 내용은 이렇다. ‘자살에 대해 얘기한다, 주변을 정리하는 행동을 한다, 몸을 돌보지 않거나 자해행동을 한다, 행동이 변한다’등등.
물론 충동적인 자살도 많다. 그중 가장 쉽게 결행하는 것이 투신자살이다. 특히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들은 다른 자살에 비해 좀 더 충동적이라고 한다. 이런 자살자가 가장 많은 다리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다. 세계적인 관광명소지만 1935년 개통이후 1500명 넘는 사람이 여기서 뛰어 내려 자살자 수 세계 1위 다리라는 오명도 함께 갖고 있다. 이밖에 영국의 클리프턴 현수교, 중국 장쑤성 난징교, 파키스탄 네티 제티 다리도 악명 높다. 세 다리에서 각각 1000여명 정도가 투신했다. 이런 다리에 비하면 지난 5년간 108명이 뛰어내려 국내 자살 1위 다리가 된 마포대교는 불행 중 다행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안그렇다. 오히려 비참하다.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자살률이 올해도 어김없이 1위를 차지해서다. 벌써 10년째다. 자살자도 인구 10만명당 29.1명으로 회원국 평균 3배에 가깝다. 국가는 언제까지 손을 놓고 있을 것인가. 답답하다.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