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달
/김미승
몇 탕 째 우려냈는지
국물이 멀겋다 그녀가 삼킨
천개의 달,
빛이 우련하다
엄마, 이제 그만 하세요 뭐 더 나올 게 있다구
뭔 소리여? 아직도 국물이 뽀얀디
그녀 생의 도가니에 둥둥
초승, 상현, 보름, 하현
骨骨 풀어내고는
진국 다 빠져나간
골다공증을 앓는 그녀의 시간들
아슴아슴
고독의 아홉 번째 파도를 타고 있다
제발, 그만 좀 하세요 엄마
제가 당신을 낳아 드릴 게요
그믐달은 달로서는 거의 생명이 다한 달이다. 어두컴컴한 밤하늘에 있는 듯 없는 듯 떠 있는 달이다. 그래서 그 빛은 ‘멀겋다’ 또는 ‘우련하다’. 그 달은 ‘초승, 상현, 보름, 하현’의 과정을 또는 세월을 다 풀어낸 달이다. 그러므로 가장 초탈한, 백발이 성성한, 늙디 늙은 달이다. 그러므로 ‘엄마’ 혹은 어머니는 달과 같다. ‘그믐달’과 같다. 그녀는 자식을 위해 자신의 생을 ‘몇 탕 째 우려’내는, 그러고도 모자라 자신의 뼛속 까지를 남김없이 우려내 자식에게 먹이는 어쩌면 천형의 존재이다. 그리하여 ‘진국이 다 빠져나간’ 채 ‘골다공증을 앓는 그녀’에게 남은 것은 ‘骨骨’이라는 첩어이다. 의성어이자 의태어로 읽히는 이 첩어는 뼈만 남은 어머니의 형상과 뼈를 우려내는 소리 또는 늙은 몸의 기침소리가 다양하게 스며 있다.
/김선태 시인·목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