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교실
/이봉환
“씨팔년아 뭐 어쩌라고, 어쩔건데?”
이어폰을 꽂은 학생이 욕을 하며 대든다.
여교사는 다리가 후들거려 교탁을 짚는다.
자식보다 어린 저 고딩 녀석을 어쩌랴.
참을 수 없는 수모를 견뎌내며 겨우겨우
“너 공부하러 왔어, 음악 들으러 왔어?”
라고 묻는 그녀 목소리가 캄캄하게 떨린다.
녀석은 교실 바닥에 침을 탁, 내뱉는다.
“뭐라고 하냐? 저 씨팔년이”라며 빈정거린다.
“당장 밖으로 나가!” 교사는 비명을 지른다.
본드 흡입처럼 흐리멍덩해진 눈을 좍 찢으며
반 친구들을 휘, 둘러보고 난 학생은 말한다.
“얘들아, 저년이 나보고 나가란다? 지가 나가지”
그녀는 절망마저 놓아버리고 그만 주저앉는다.
뿌연 형광등이 미친 교실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참으로 끔찍하다. 차마 믿기 어렵겠지만, 이것이 우리나라 학교 교실의 현주소다. ‘군사부일체’, ‘스승의 그림자도 안 밟는다.’던 선생의 위상은 땅바닥에 추락한지 지 오래이다. ‘자식보다 어린’ 학생 녀석이 어머니 같은 여교사에게 ‘씨팔년아’ 쌍욕을 퍼붓는다. 심지어 교사의 멱살을 잡거나 흉기로 위협을 가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선생에게 이렇게 하는 녀석들이라면 제 부모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마디로 후레자식들이다. 이러니 선생질 못 해 먹겠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그렇다고 학생들만 나무랄 수는 없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나? 인성교육이나 적성교육을 내팽개치고 오로지 살벌한 경쟁만을 부추기는 입시 위주 교육이 그 주범일 터이다. 아, 이 나라의 교육이 ‘절망마저 놓아버리고 그만 주저앉는다.’
/김선태 시인·목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