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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람들은 백로(白露)를 세 후(候)로 나누어 첫 후에는 기러기가 날아오고(一候鴻雁來), 둘째 후에는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고(二候玄鳥歸), 셋째 후에는 뭇 새들이 먹이를 저장한다(三候群鳥養差)고 했다. 이는 백로 절기가 되면 기러기와 제비가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가고 온갖 날짐승들이 겨울을 대비하여 먹이를 저장한다는 말로써, 날씨가 서늘해졌음을 의미한다. 예기(醴記)엔 백로 이후 곧 가을이 올 것을 암시하는 이런 말도 있다. “백로 때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면 하얀 이슬이 내리기 시작하고 쓰르라미가 처절히 운다.”

백로를 풍년의 기준점으로 삼기도 했다. 백로와 추분 사이를 ‘황금의 시기’로 여기고 농사관리에 철저를 기해서다. 이 시기는, 한낮엔 여전히 여름의 폭염이 가시지 않고, 아침저녁으론 이슬이 맺힐 만큼 서늘하다. 하지만 냉·온탕을 오가는 날씨로 곡식들은 더욱 커져가고 부쩍 여물어간다. 하루 햇볕은 쌀 10만 가마를 증산한다는 통계도 있다. 특히 적당하게 비가 오면 십리천석(十里千石)을 늘린다는 속담도 있다. 매운 고추는 더 맵게, 포도 등 단 과일이 더 달게 익는 것도 이때다. 밤도 예외가 아니라 생각했다. 맑아진 하늘에 유성과 운석의 활동이 자주 눈에 띄면 낮 동안 부족한 일조량을 메워주기 위한 ‘하늘의 은혜’로 여기며 감사해 했다.

조선시대엔 나라에서도 ‘이 시기를 낭비하는 것은 일 년을 허비하는 것’이라 해서 궁궐 대신과 관원들의 음주 가무를 금했다. 특히 세종대왕 시절엔 잔치 풍악 연회 전별 등을 금하고 이를 어길 경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벼슬을 파면하기도 했다.

백로추분야일야냉일야(白露秋分夜一夜冷一夜)라는 말이 있다. 백로 추분 절기에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점점 더 서늘해 간다는 뜻이다. 백로란 이름은 이런 기온의 변화 탓에 공기 중 습기가 모여 화초와 수목에 수정처럼 빛난 이슬이 맺힌다 해서 붙여졌다. 부용화, 추해당화, 자주색 재스민, 맨드라미와 갖가지 야생화 등 가을꽃이 봄철의 꽃들보다 더 아름답다 하는 것도 아침에 맺히는 이슬 덕분이라고 한다. 오늘(8일)이 이런 계절의 시작이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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