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산이 거기 있다
/김서은
산이 우는 걸 본 사람이 있다
그의 눈자위 늘 붉다
빗소리 차오르는 방
어둠을 한 겹씩 입는 손끝이 어눌하다
모스부호 같은 사막을 건너왔을까
바튼 숨소리가 모래 폭풍 속으로 흩어진다
웅크렸다 편 손바닥엔 한 뼘 우주가 또아릴 틀고 있다
길이 가물거린다
길게 파인 웅덩이 속에 거꾸로 누워 있는 아버지의 산,
아이의 발목을 아슬아슬 잡고 있다
- 시집 ‘안녕, 피타고리스’에서
대개의 경우 어린 시절의 아버지는 거대한 나무이고 속을 측량하기 어려운 산이다. 모든 것을 아버지가 책임지고 끌고 가는 한 아버지의 존재는 신이라 할 만하다. 아버지를 읽는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나이가 들어야 비로소 아버지의 속이 들여다보인다. 아버지의 부서진 어깨와 거친 손바닥과 어쩌다 만나게 되는 눈물, 이제는 다 드러난 아버지의 실체가 점점 안쓰러워지게 된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나의 손을 잡아주는 것은 결국 아버지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기도 한다. 아버지는 언제까지 우리들의 영웅이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