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8 (월)

  • 구름많음동두천 29.3℃
  • 맑음강릉 33.1℃
  • 구름많음서울 29.7℃
  • 구름조금대전 30.6℃
  • 구름조금대구 30.8℃
  • 맑음울산 31.3℃
  • 구름조금광주 30.5℃
  • 맑음부산 31.2℃
  • 맑음고창 31.0℃
  • 맑음제주 31.5℃
  • 구름많음강화 28.8℃
  • 구름조금보은 27.9℃
  • 맑음금산 29.4℃
  • 구름조금강진군 30.8℃
  • 맑음경주시 31.7℃
  • 구름조금거제 30.6℃
기상청 제공

미이라

/손현숙

집구석 어디선가 이상한 냄새가 난다

이사 온지 며칠째

제 살 푹푹 썩히면서 써내려간 유서 같은 것,

스멀스멀 읽혀져서 머리 아프다



냄새 없애려고 집안 발칵 뒤집었다

구석구석 닦았지만

내가 닦은 것은 겨우 바닥이며 벽이라는 바깥이다.



냄새는 안에서 밖으로 번져 나온다

폐부로부터 돌아 나오는, 살아 있어서 꿈틀거리는 나무,

나는 한바탕 샤워를 한다



닦아도 냄새는 오히려 불콰하다

벽장 구석에서 나를 조롱하듯

뭉긋하게 익어가며 쪼글쪼글 말라 가는 한 바가지의 알.

그것은 살아 있음의 지독한 증거였다



감자의 미래가 숨어 있었다

- 월간 현대시 6월호

 

 

 

이 시를 접하는 순간 러시아의 문호 쉬클로프스키가 생각난다. 그는 예술의 목적은 대상의 감각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부여 하는 것이라 하였기 때문이다. 이 시는 무심코 벽장 구석에 방치한 감자를 모티브로 감자의 한 생애를 스케치하였다. 청각적, 시각적, 후각적, 미각적, 촉각적 이미지외에 휴머니즘적 이미지를 가미시키는 상황적 묘사를 그렸기 때문이다. 쪼글쪼글 말라가는 죽음을 하나의 새로운 삶으로 탄생시키는 반전의 요소와 푸른 희망의 씨앗으로 승화시키는 힘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또 하나의 삶의 현장이라 생각 된다. /정겸 시인

 







배너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