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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IN사회]유기견 다롱이, 교배견 다래

 

지난달 EBS에서 방영한 ‘나는 교배견입니다’라는 프로그램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 프로그램은 어둡고 컴컴한 철창에 갇혀 발정유도제를 맞아가며 1년에 두세 차례 새끼를 낳아야하고, 더 이상 새끼를 낳지 못하게 되면 단돈 1만원에 팔려나가는 교배견 사육 실태를 보도했다. 애견인구 천만시대에 부끄러운 단면이기도 했다.

다롱이와 다래는 우리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이름이다. 다롱이는 유기견이고, 다래는 교배견이다. 3년 전 딸아이가 처음 다롱이를 데려왔을 때, 갈비뼈가 툭 튀어나올 만큼 바싹 마른 상태였다. 극한의 굶주림과 추위에 떨며 겨우 생명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 추운 겨울, 분양하지 않았다면 굶어 죽었을지도 모른다. 집에 데려온 처음 며칠간은 외출을 못할 정도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사료를 주면 순식간에 삼켜 버렸다. 다시 버림받지는 않을까하는 두려움과 빨리 먹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치열한 생존경쟁에 길들여진 때문이었다. 소화를 제대로 못시켜 병원도 몇 번 다녀왔다. 점차 살이 붙어 이제는 다이어트 사료를 먹여야 할 정도다.

교배견 다래는 새끼를 못 낳게 되자 안락사를 기다리고 있던 놈이었다. 데려와 보통 사료를 주니 전혀 먹지 못했다. 이빨이 여러 개 잘려 있었다. 철창을 물어뜯지 못하도록 강제로 자른 것 같았다. 사료를 물에 불려주니 그제야 먹었다. 처음 산책 나갔을 때는 가슴이 더 아팠다. 땅에 강아지를 내려놓으니 한 발자국도 떼놓지 못하고 덜덜 떨고 만 있었다. 좁은 철창에 갇혀 살았기에 뛸 줄을 몰랐던 것이다. 지금도 먹이를 준다든지 반가운 사람이 오면 그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꼬리를 물고 뱅글뱅글 돈다. 그 공간이 평생 갇혀 살아온 행동반경이었던 것이다. 그들이 살아온 이면에는 인간의 이기심이 자리하고 있다.

애완견은 사람과 생활공간을 공유하며 의사소통하는 생명체다. 국내 애완견 인구는 천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시장도 고급화되고 다양해졌다. 애완견 카페나 애견 TV, 스마트 디바이스, 보험도 생겼다. 유치원도 생겨 약 300곳에 달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장례업체도 생기고 이동식 화장차를 운영하여 사후 처리를 대행해주기도 한다. 2020년에는 시장 규모가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애완견을 키우는 것일까? 2015년 경기연구원이 펴낸 ‘반려동물 현황과 주요이슈’에서는 ‘반려동물은 삶의 질이나 만족에 도움을 준다’고 응답한 사람이 80%에 이른다. 또 다수의 사람들이 ‘외로움을 달래 주고 정서 발달에도 긍정적이다’라고 응답했다. 그런가 하면 반려견과 함께 지내면 사랑의 호르몬 옥시토신 분비가 활발해지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오는 호르몬 코티솔은 감소하여 정서 안정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긍정적인 면이 많지만 애완견 인구가 늘어나면서 여러 문제들이 파생되기도 한다. 이 문제들을 최소화하고자 만든 법률이 동물보호법이다. 이 법에는 학대행위 방지, 생명 존중 등 필요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버려지는 강아지는 늘어 지난해 경기도에서 발생한 유기견수는 1만 9천여 마리에 이른다. 주인 알아보지 못한다고 하여 기르고 있는 강아지 머리를 망치로 내리친 사람도 있다.

점차 1·2인 가정이 늘고 사회가 개인화되면서 애완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자연 강아지를 키우는 인구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애견인구 천만시대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생명 존중의식과 이웃에 대한 배려이다. 충성심으로 따르던 강아지를 버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며, 기르는 과정에서 이웃에 피해가 없도록 하는 에티켓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불합리한 법령 보완을 함께 진행하여 성숙한 애견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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