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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스트레스와 과민성 장 증후군

 김용성

원광대 의대 산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김용성 원광대 의대 산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상사한테 혼날 때 마다 화장실로 뛰어가서 설사하는 무대리. 월요일 프리젠테이션 직전이면 배가 아파서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급기야 오늘은 발표 도중 뛰쳐나가고야 말았다. 무대리는 고등학교 때부터 스트레스만 받으면 소화가 안되고 꽉 차있는 느낌이 나거나 변이 묽어지면서 설사를 하는 증상이 시작되어 점점 심해지다가 지금은 고질병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이런 증상을 가진 사람들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실제 대장의 구조적인 이상은 없으나 이유 없이 배변의 변화와 함께 복통이 발생하는 것을 과민성 장 증후군 이라고 한다. 소화기 내과를 방문하는 환자들이 가장 흔하게 호소하는 증상이며, 실제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들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가 매우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2006년 국내 보고에 의하면 100명중 6.6명이 과민성 장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민성 장 증후군이 생기는 원인은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스트레스는 증상의 발생이나 악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의 육체는 정신이 지배하고 있으므로 정신적 변화나 충격이 육체적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위장관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실험적으로 쥐를 물 탱크내에서 겨우 올라설만한 조그마한 공간에 올려놓으면 물에 빠질 것 같은 공포감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이때 대변을 계속 보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대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경우 위 운동은 감소하여 소화가 안되거나 꽉 막힌 증상을 느끼게 되고 대장운동은 매우 항진되어 설사를 일으키게 된다. 뇌 속에서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호르몬 중 CRH라는 호르몬이 장운동이나 기능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되어 과학적으로도 정신적은 문제가 실제 소화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실제 환자들 중에서 집을 떠나 휴가를 가면 전혀 증상이 없거나 회사에 나가지 않는 주말에는 증상을 못 느끼는 경우가 있다. 내과적 치료에 반응이 없으면서 의사가 평가하기에 정신적인 문제가 동반되었다고 판단되는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의 경우 신경정신과적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정서상 이런 치료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여러 가지 검사를 시행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고난 후, 충분한 기간 동안 환자를 평가해 온 의사가 권유한다면 정신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 없는 반복적인 검사나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위의 무대리와 같은 과민성 장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내과적인 치료나 약을 먹는 것만큼 일상생활에서 본인의 직업적 또는 환경적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고, 건강한 육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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