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도시속에서
/강인한
도시에는비가내립니다
정오입니다
철로가소리없이비에젖습니다
들어오는열차도나가는열차도없습니다
비가내립니다
시내버스도그많던택시도보이지않습니다
아스팔트넓은도로에
사람들이띄엄띄엄부호처럼걸어다닙니다
따르륵따르륵전화다이얼이저혼자살아서
시내에서시내로걸려갑니다
비가내립니다
도시는거대한전염병동
시뻘건웃음소리가검게탄건물의벽에서
거미줄처럼나직이새어나옵니다
비가내립니다
-강인한 시집 대표시 100선 ‘신들의 놀이터’
온 국민을 불안과 공포에 떨게 한 메르스. 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의 최대 진원지로 꼽히는 삼성서울병원 원장이 경찰 소환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도시는거대한전염병동’이 시에서 공포로 몰아넣은 것은 독재자의 시뻘건 웃음소리다. 정오의 열차도 보이지 않고 시내버스와 택시 외부로 통하는 모든 교통수단이 끊겼다. 폐허가 된 도시 광주. 유령처럼 사람들 몇 걸어가고 전화다이얼소리와 빗소리에 젖은 도시. 검게 탄 건물의 벽과 군홧발소리와 총을 겨눈 군인이 오버랩 된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못한다 했던가. 침묵과 기억의 층위를 읽는다.
/김명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