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정원’에서 가장 유명한 ‘부용정’은 정조17년(1793)에 택수재를 고쳐 세우면서 규모도 커지고, 용도도 부속시설에서 주시설이 되었으며 이름도 새로 지었다. 건축 시점이 즉위 후 16년이 지났기에 즉위 초기와 달리 자신감과 추진력도 충만할 때 건축된 것으로 건물의 완성도도 높다.
2015년은 부용정이 건축된 지 222년이 되는 해이다. 창건 이후 지금까지 주인도 여러 번 바뀌고, 전면해체 보수도 여러 번 하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창건기의 형태를 지금까지 유지하지 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한옥은 전면해체 보수를 보통 60년 주기로 하고 있으나, 부용정은 연못가에 있어 습하기 때문에 그 해체주기가 더 짧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최소 4회 이상의 전면해제 보수가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최근 전면해체보수는 2012년도에 이루어졌으며, 이 때 변형되었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고증을 통해 원형을 복원하였다. 주로 동궐도(東闕圖)를 참조하여, 없어진 지붕 절병통과 취두를 복원 설치하고, 지붕 합각의 벽돌벽은 판벽으로 교체하였다. 복원된 부분은 동궐도를 참조하였기에 외형적인 부분에 한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부구조의 변화는 없었을까? 창건기의 자료가 부족하여 내부구조의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한 고증은 할 수 없지만 여러가지 추론(推論)을 세워보자.
문제점 돌출을 위해 비슷한 건물과 비교해 보면 수원화성의 방화수류정은 부용정과 여러 면이 닮아있다. 같은 점은 첫 번째, 왕이 사용하는 건물이며, 두 번째, 십자형 평면으로 어칸을 통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통행할 수 있도록 가퇴가 설치되어 있다. 세 번째는 어칸 한 변의 길이가 8자이고, 네 번째는 지붕 중심에 절병통이 있는 점 등이 같다. 그리고 준공 시기가 부용정이 1793년이고 방화수류정이 1794년으로 두 건물은 생각이상으로 닮은 점이 많다.
다른 점을 찾아보면, 현재 부용정은 5칸 모두 마루로 되어있고, 방화수류정은 현재 모두 마루로 되어있지만 창건기의 자료(화성성역의궤)를 보면 어칸에만 온돌을 설치하고, 나머지는 마루로 되어있으며 그사이에는 가지방과 만자문을 설치한 기록이 나온다. 두 건물의 다른 점은 온돌설치 문제로 겨울에 사용여부와 관계된다. 즉, 부용정은 겨울에 사용이 어렵고 방화수류정은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단열에 약한 한옥 구조에서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궁궐에서는 국왕과 가족의 방(침전)은 출입문을 제외한 곳에는 가지방을 설치하고 외부에는 퇴칸을 두어 2중으로 창호를 구성하는데 이는 방을 밝게 하고 온돌방의 기온을 보호하기 위한 건축기법으로 궁궐건축의 특징이다.
방화수류정은 하부에 참호시설이 있는 2층 구조이며, 어칸에 온돌을 만들기 위해 참호 층에 방전을 사용하여 벽을 세우고 그 안에 흙을 채워 구들을 만들었다. 이렇게 힘든 공정임에도 국왕이 겨울에도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본다. 방화수류정의 예를 보면 부용정도 온돌설치 가능성이 보인다.
부용정 상량문(‘홍재전서’ 제55권, 잡저2)에 ‘방’에 대한 자료를 볼 수 있다. ‘마룻대를 올리고 서까래를 얹어 집을 짓는 규모는…, 무릇 입실승당(入室升堂)에 오르는 인사는 아울러 가인괘(家人卦)의 한집안의 안팎이 모두 바른 상을 견주었도다.’라 적고 있다. 여기서 입실승당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논어’, 선진편에서는 ‘유야승당의, 미입어실야(由也升堂矣,未入於室也)’라 하였는데 이는 ‘유는 마루에는 올랐으나 안방에 들 정도의 실력이 아니다.’는 뜻으로 실(室)과 당(堂)을 마루와 방을 보면, 부용정에 ‘온돌방’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영역을 나타내는 용어로 해석할 수도 있어 퇴칸을 ‘실(室)’로 보고 어칸 및 연못방을 국왕이 있는 곳으로 ‘당(堂)’이라 표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국왕이 사용하는 부용정을 겨울에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창건기에 온돌이 가설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나 이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없으므로 판단은 유보한다.
정조가 상량문에 ‘봉래선인의 공간에 있는 아름다운 곳이며, 이곳에 앉으면 군자가 되는 느낌이 든다.’라고 쓴 것처럼,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건물의 곁만 보지 말고, 연못 방에 앉아 정조가 느낀 감정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이 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