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볼 때 하루 세 끼를 먹게 된 것은 근세에 들어서다. 그 이전에는 아침, 저녁 두 끼가 관례였다. 문헌에 점심이 처음 나온 것은 1406년 태종 실록이다. 심한 가뭄이 계속되자 태종은 각 관아에서 먹던 점심을 폐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당시 중앙관서에서는 간단한 간식과 차를 마시는 다시(茶時·지금의 티타임과 유사)를 즐겼는데 이를 점심으로 표현한 것이다.
조선 정조 때 실학자 이덕무는 자신의 저서 양엽기(鴦葉記)에서 백성은 아침저녁 한 끼 5홉씩 하루 한 되를 먹는다고 했다. 또 병조참판 정의양은 임금에게 양식을 비축해야 한다는 상소를 올리면서 비축 군량미의 양을 조석 2식(朝夕二食)을 기준으로 잡고 있다. 이 같은 기록으로 보아 조선시대엔 하루 두 끼 먹었던 것이 확실하다.
일일이식(一日二食)을 했던 중국에서도 점심은 아침과 저녁 사이에 드는 간단한 식사를 일컫는 말이었다. 배고픔을 요기하며 마음에 점을 찍고 넘겼다는 뜻과 한 끼 식사 중 다음 요리를 기다리는 동안에 먹는 간단한 음식이란 뜻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불가에서도 점심이란 단어를 쓴다. 선승들이 수도를 하다가 시장기가 돌 때 마음에 점을 찍듯 간식 삼아 먹는 음식을 가리키는 말이다.
동양뿐만이 아니다. 서양도 특별히 점심을 챙겨 먹지는 않았다. 영국과 미국에서 점심을 ‘런치’라 부르는 것도 낮 12시부터 아무 때나 간단히 먹는 음식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메뉴 구성도 수프, 앙트레, 디저트, 커피 등 간단하다. 성경엔 점심을 헬라어로 무제한 부정기라는 뜻의 ‘아리스톤’으로 쓰고 있다. 이 또한 정해진 시간 없이 아침에 일어나서 정오 이전 적당한 시간에 가볍게 먹는 식사를 말한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서양도 하루 두 끼 식사가 기본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일부에선 크게 다르지 않다. 10년 전부터 아침과 점심 사이에 이른 점심을 먹는다는 뜻의 브런치가 유행하더니 요즘은 점심 겸 저녁을 한 번에 해결하는 ‘딘치’(디너와 런치의 합성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해서다. 늦게 먹으면 살이 찐다고 해서 특히 여성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고 한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진리가 끼니에도 해당되나 보다.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