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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아버지, 제 손맛 어때요?

아버지, 제 손맛 어때요?

/장인수

민수 녀석이

볼따귀가 벌개서 등교했다.



“아버지가 또 때렸냐?”

“손맛이 맵냐?”

녀석은 대꾸를 하지 않는다.



“오늘 저녁에 김치찌개 끓여라.”

녀석에게 만 원을 건넨다.

한사코 받지 않는다.



“나중에 이자 쳐서 갚아라.

김치찌개 끓여서 아버지 술 한 잔 따라 드려라.

아버지, 제 손맛 어때요?“

라고 꼭 여쭤 봐라.



- 장인수 시집 ‘교실-소리 질러‘ 중에서

 

 

 

이 시집은 교육 현장의 학생과 교사의 생생한 모습들이 담겨 있는 시집이다. 환한 웃음이 그려지고 이 시처럼 감동과 아픔이 느껴지는 시편들이 많다. 학창시절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끝나면 틀린 개수만큼 매를 맞은 기억이 떠오른다. 때로는 반 전체가 벌을 함께 받기도 했다. 매를 맞는 것과 뺨을 맞는 것은 분명 다르다. 뺨을 때리는 훈육의 방식은 여린 학생에게 분노와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어서 역효과를 낸다. 요즘은 스승의 매까지 금지되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상습적으로 손찌검을 하는 학생을 보는 교사의 심정은 얼마나 안타까울까. 이 교사가 예민하고 민감한 시인이라면 아픔이 배가 될 것이다. 장인수 시인은 맑고 순수하다. 지혜로운 교사다. 때리는 아버지가 두려워 스승의 가르침대로 ‘아버지, 제 손맛 어때요?’라고 여쭈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학생은 이 아름다운 스승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힘들 때마다 나타나 힘이 될 것이다. 나도 등교하는 민수의 뺨이 더 이상 벌개지지 않기를 바래본다.

/김명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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