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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희의 미술이야기]인상주의 화가들이 그린 도시의 풍경

 

도시의 삶과 근현대미술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많은 예술가들이 도시의 풍경과 사람들을 숱하게 그려왔으며, 현대인의 고독감과 쓸쓸함은 오늘날까지도 아주 쉽게 만날 수 있는 주제 중 하나이다. 도시의 삶이 본격적으로 캔버스에 들어오게 된 것은 서구 사회에서 산업화가 급격히 이루어진 계기와 맞물려 있는데, 19세기 인상주의 화가들은 서구사회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진 도시의 삶을 이제 막 불이 붙은 성냥불처럼 강렬한 이미지로 그려냈다. 지난 시간에 만나 보았던 조르주 쇠라의 〈아니에르의 물놀이〉나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는 휴일에 한적한 곳에 나와 휴식을 취하는 도시인들의 삶이 담겨져 있었다. 반면 이후 작품인 〈서커스〉나 〈샤위춤〉에는 파리의 화려하고 활기 넘치는 야경의 정취가 묻어난다. 파리의 야경은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선사했던 소재로서 에드가 드가의 발레리나 작품들, 툴루즈 로트렉의 무희와 창녀를 그린 작품들, 마테의 〈바텐더〉가 모두 파리의 밤의 풍경을 담고 있다.

이 시기 파리에는 멋쟁이 신사들이 즐비했는데 이들을 가리켜 댄디라고 했었다. 댄디는 본래 19세기 영국 신사를 뜻하는 말이었지만 파리의 예술가들에게 그 문화가 전해져 정착했고, 지금은 19세기 파리의 멋스러운 중년남성을 가리키는 용어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시인 보들레르는 댄디즘을 예술가의 모랄로 여겨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는 댄디즘을 단순히 패션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독창적으로 가꾸고자 하는 삶의 태도라 여겼으며, 정신적인 귀족 생활이라 여겼던 것이다. 산업화와 물질주의로 얼룩진 사회에서 자기만의 가치관과 생활방식을 만들어가는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멋스러움 뒤에는 당연히 고독감이라는 그늘이 있었다. 도시인들은 세련된 옷차림과 쾌활한 분위기를 지녔지만 동시에 복잡한 내면과 우울한 정서도 지니고 있었다. 도시에서의 삶은 자연으로부터 주어진 삶, 뚜렷한 관계망 속에 놓인 삶과는 전혀 달랐고 절대적으로 고독했다. 인상파 화가들이 그린 도시의 풍경들이 일면 화려한듯 보이면서도 우울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 것은 그러한 이유이다. 사교계와 문화예술의 교류가 주로 도시에서 일어났다는 사회적인 이유를 차치하고서라도, 보다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를 추구했던 인상파 화가들에게 사람들의 욕망과 고독감이 강렬하게 투영된 도시의 빛과 그림자가 강한 영감을 주었던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도시에서 일자리를 얻은 사람들은 거대한 산업화의 기계 속에서 일과가 매우 규칙적으로 흘러갔다. 그러나 단순한 일과는 소소한 즐거움을 주기도 했는데,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을 철저하게 분리시킬 수 있었으며, 일과를 마친 이후 여흥의 삶을 보장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에서의 삶은 쾌락과 인간의 욕망과도 깊이 결부되어 있다. 게다가 도시는 성적 소수자와 같은 사회의 주변인들이 몰려드는 곳이었으며, 이들이 자신의 정체를 익명성 뒤에 숨긴 채 즐거운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개성을 목숨처럼 여기는 다양한 사람들 간의 교류 속에서 그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삶의 태도들이 탄생하였다.

마지막으로 프랑스의 철학가이자 수필가인 장 그르니에가 〈섬〉의 〈케르겔렌 군도〉 장에서 성찰한 도시의 삶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작가는 비밀을 간직하는 삶이 현대인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말하고 있다. 작가의 한 친구는 화려한 불빛이 쏟아지는 거리에서보다는 작은 골목에서 이루어지는 은밀한 속삭임이 더 매력적이라고 했는데, 인상주의 화가들의 파리 풍경이 매력적인 또 하나의 이유 역시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인상주의 작품들의 파리 풍경은 비밀스러운 도시인들의 삶을 은밀하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불빛을 등지고 멍한 눈빛을 하고 있는 마네의 바텐더, 연습실에서 몸을 풀고 있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는 드가의 무희들을 바라보며 우리는 미묘한 쾌락과 함께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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