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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혹등고래의 노래

혹등고래의 노래

/김해자

나는 혹등고래

새끼 하나 데리고 난바다를 건너간다

물에 먹혀 물이 되어버린 소리를 느끼기 위해선

같은 깊이로 내려가 오래 엎드려야 한다

소리가 멀리 퍼져나가기 위해선

물속에 머리를 처박고 움직이지 않는 섬이 되어야 한다

소리의 막 통과하기 위해선 몇 겹 주름을 지나가야 하고

울음에 화답하기 위해선 소리회랑에 몸을 기울여야 한다

삶은 혹, 머잖아 네 등에도

파래와 따개비와 고기들이 잔뜩 실릴 게다

맵짠 노래가 울음이자 사랑이라는 것을 알 때까지

꼬물거리는 이 모든 것들과 함께 바다를 건너가자

꼬리와 지느러미로 바닥을 치며

영원 같은 하루치의 생

-시집 ‘집에 가자’(삶창시선, 2015)에서

 

 

 

시인은 혹동고래에 빗대어 어머니의 마음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어린 자식은 등에 달린 혹과 같습니다. 떼어내려 해도 걷어지지 않는 삶의 무게입니다. 인생을 고해(苦海)라 하지 않던가요. 고통스런 바다를 건너가기 위해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소리가 있습니다. 소리에는 울음과 사랑이 섞여 있습니다. 연민도 없고 자애도 없는 오늘의 척박한 삶을 거부하며 어머니이자 시인은 납작 엎드려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자식이 흘리고 있는 울음에 화답하려는 가장 낮은 자세입니다. 그리스도를 어깨에 얹고 강을 건넸다는 성인이 있습니다. 크로스토폴입니다. 여행자의 수호신입니다. 어머니는 신고(辛苦)의 순례자입니다. ‘꼬리와 지느러미로 바닥을 치며’, ‘몇 겹 주름’을 지나야 할 길에 ‘움직이지 않는 섬’처럼 서 있습니다. 자식은 혹이 아닙니다. 어머니는 언제나 크리스토폴 어깨 위의 어린이, 즉 전 세계를 옮기고 있는 것입니다. /이민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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